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뉴시스

(박진우 기자) 북한이 “코로나19로 각종 사업에 장애가 조성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도 없다고 주장하던 북한이 태세를 전환해 외부 원조를 받아들일지도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지난해 말에 발생한 비루스(바이러스)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국경과 대륙을 횡단하는 전인류적인 대재앙으로 번지고 있는 현실은 비루스 감염 위험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불가능하며 따라서 이 같은 환경은 우리의 투쟁과 전진에도 일정한 장애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신은 또 “정치국 회의에서는 조성된 대내외 환경으로부터 출발해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사업에서 일부 정책적 과업들을 조정 변경할 것에 대한 대책적 문제들을 연구 토의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그러면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내각의 공동결정서인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에 대처하여 우리 인민의 생명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더욱 철저히 세울 데 대하여’를 채택했다.

공동결정서에는 ▲올해 경제건설과 국방력강화사업, 인민생활안정을 위한 목표 ▲당, 정권기관, 근로단체, 무력기관을 비롯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의 투쟁과업과 방도 등이 담겼다.

북한이 이처럼 코로나19를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이고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코로나19 방역 중요성을 강조하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긴 했지만 실질적인 정책 차질을 언급한 것은 최초다.

그간 북한은 1월 북·중 접경을 봉쇄한 데 이어 신의주-단동 세관 폐쇄(1월 28일), 남북연락사무소 가동 중단(1월 30일), 북·중 철도운행·항공편 중단(1월 31일) 등 차단 조치를 시행했다. 격리 기간도 최장 40일까지 연장하였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그간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도 없다고 밝혀왔다. 북한 관련 매체를 중심으로 북한군 등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북한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지난 2월 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고 잠복기도 불확정적이며 전파경로에 대한 과학적 해명이 부족한 조건에서 우리당과 정부가 초기부터 강력히 시행한 조치들은 가장 확고하고 믿음성이 높은 선제적이며 결정적인 방어대책들이었다”고 자평하는 등 북한은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랬던 북한이 코로나19를 ‘우리의 투쟁과 전진에도 일정한 장애’로 규정한 것은 태세 전환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에 이번 발표가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답지하는 코로나19 지원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그간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에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있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도 2월 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코로나19 관련 대북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받았다.

특히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영양강화 곡물과 비스킷 등 대북 지원 물품을 지난달 26일 북한 남포항으로 수송했다고 밝혔다. 수혜 대상은 임신·수유 중인 여성과 5세 미만 어린이, 유치원생, 소아 병동의 어린이 환자, 기숙학교 재학생, 결핵 환자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가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북한의 자신감을 드러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기에는 방역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확산세가 잡히자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 특징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정책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안고 코로나19 방역에 직접 나선 것은 상황 발생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방역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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