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고3부터 온라인으로 개학을 시작한 9일 서울 성동구 도선고등학교에서 세계사 교사가 2학년 학생들을 위한 동영상 수업을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박진우 기자) 9일 코로나19 여파로 전국에 있는 중·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이했다.

그러나 스마트 기기를 통한 화상통화 방식 등으로 개학식과 수업을 진행한 학생들은 생소한 풍경에 어색해하면서도 비교적 능숙하게 온라인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무사히 학교 수업을 듣게 된 데 안도하면서도 교사의 직접 관리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맞벌이 등 가정환경에 따른 학습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

도선고 3학년 7반 담임을 맡은 교사 조광호씨는 “아이들 목소리가 1초 정도 늦게 들리고, 움직임도 자연스럽지 못해 좀 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아이들은 정보통신 장비 등에 익숙해 그런지 금방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도선고 학생들은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 등을 활용해 교장 훈화와 온라인 개학 주의사항 등을 안내하는 동영상을 시청한 후 ‘구글클래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담임교사와 처음 만났다.

교실 앞 하얀 칠판에는 평소와 달리 빔프로젝터로 쏜 컴퓨터 화면이 그려졌다. 검정색 구글클래스 화면에는 24명의 학생들의 프로필 사진이나 이름, 화상 연결된 모습 등이 나타났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중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온라인 개학식에 참여한 중3 학생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보고싶어요”라고 외쳤다.

학생들의 비교적 밝은 모습과 달리 학부모들은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양천구 소재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박모(50)씨는 “아침부터 전쟁이었다”면서 “EBS에 있는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해야 했는데, 아이가 어떤 방에 들어가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했다”고 말했다.

이날 개학한 학교들 중 일부는 구글클래스라는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많은 학교가 EBS에 마련된 온라인 클래스로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EBS 온라인 클래스의 경우 선생님이 만든 학습터에 모든 수업 동영상이 한꺼번에 올라와 있어 어떤 순서로 들어야 할지 애매했다”고 전했다.

온라인 수업 자체를 처음 하다보니 현장에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도선고에서는 사전 녹화된 수업 영상을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보며 실시간 채팅으로 수업 내용 관련 질문이 오고 갔다. 그런데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속도는 2~4분 정도 차이가 발생해 제때 질문이나 답변이 오가지 못했다. 직접 보면서 설명하는 게 아닌 만큼 학생을 이해시키기도 어려워 보였다.

한 학생이 수업 내용 중 “선과 면의 설명이 반대로 된 것 같다”고 질문하자 교사는 “선과 면의 개념이 비슷해 그런 것 같다”면서 “수업 후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불가피하게 온라인 수업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하는 만큼 수업일수 등을 준수하다 자칫 학생들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온라인으로라도 학생들의 수업이 시작된 것에 대해서는 안도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도선고 3학년 학생 학부모는 “아이들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못 가는 게 너무 짠하다”면서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개학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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