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택 국장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는 방역당국의 전례 없는 대처에도 불구하고 감염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방파제를 쌓아 파도를 막아왔지만, 이제 방파제로 감당할 수 없는 쓰나미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피하기 어려운 감염폭발에 대해 마음의 준비와 실질적 대비를 할 때”라고 했다,

이 지사의 이러한 경고는 사태파악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 각국에서 입국하는 내국인만 해도 주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2주 동안 자가 격리한다는 당국의 발표는 이제 바이러스감염도 글로벌화 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수도권에서 잠복했던 바이러스는 더 강력해진 2~3차 신종으로 변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이 지사는 신속하고 강력한 초기 대응으로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감염 병에 우리나라만 감염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가능한 일도 아니고, 성공할 수도 없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다. 문재인 정부와 방역당국의 정책에 대해 편을 들어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해외 유입 감염 병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감염을 막지 못하는 엄청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말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지난 3월 13일자에서도 북미와 유럽이 본받아야할 모범 사례로 싱가포르, 홍콩, 대만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한국에 대해서는 방역에 실패한 국가로 평가했다. 왜? 중국과 인접하고 교류가 많으면서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의료 시스템을 자랑하고 있었고, 초기의 느린 대처와 뒤이은 감염 폭발로 비난을 받은 국가, 섣불른 방역 승리를 선언했다가 정치적 반발에 직면한 국가 라는 것이다.

이와 달리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의 국가에 대해서는 “신속한 조치, 엄밀한 검역과 엄격한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및 대중 집회 금지, 효과적인 의사소통” 등을 거론하며 기사 내내 극찬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정작 정부와 친여 매체들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로부터 코로나 방역 우수 국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자화자찬한다. 해외에서 호평을 받는 것은 정부 대응이 아니라 우리의 의료인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국민들이 봉사정신을 발휘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말이다.

국내 의학교수들과 의사협회 등 의료인들의 요청에도 초기대응도 실패한 정부가 이젠 내부적으로도 코로나 확산세가 정부도 통제 못할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경고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오히려 국민들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대한의사협회 신종 감염 병 대응 T/F 팀을 맡았던 관계자들도 국내 확진 자 1만명 시대를 거론하면서 모든 역학을 하는 분들이 ‘티핑 포인트’라고 걱정을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란 감염 병 확산세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시점을 뜻한다. 해외 유입하는 사람들의 거의 70%가 서울 경기에 살고 있고, 수도권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 증가 속도가 대구, 경북보다도 훨씬 빠를 수 있다는 것은 공포심이 아니라 의학 전문가들의 경고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4월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해외 유입은 상당 부분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외신들은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증가세로 정상화에 차질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한국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둔화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제는 제2의 급증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은 수도권에서인구 밀집과 해외교류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해외 유입 차단을 위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라고 경고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전혀 그럴 의사가 없다.

그 결과가 지금 이러한 사태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코로나 대응을 잘했다고 하는 것을 최대의 치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마당에 이러한 위기 경고를 받아들이려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한 1주차인 3월22일~3월28일 신규 확진환자는 679명, 2주차인 3월29일~4월4일 신규 확진환자는 678명으로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해외에서 유입되는 확진환자가 매일 증가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발견된 환자까지 포함해 해외유입 사례는 총 688명이며, 이 중 외국인은 57명이다. 미국은 4월2일 하루에만 2만7107명의 확진 자가 발생했고, 947명이 숨진 것이 방역수준이 미흡해서가 아니라는 것이 더욱 불안하게 한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연장한 것도 사실상 감염 병 확산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음에도 정작 코로나 초기대응 실패라는 말이나 확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해외 입국자 차단 정책을 결코 꺼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어떤 방법으로든 선거일 전까지는 모든 상황을 덮으면서 선거일 후에 이재명 지사의 경고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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