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119

분당소방서 소방위 양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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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수단이 절대적으로 열악했던 나의 어린시절 그 시절에는 화재가 발생했다 하면 목격한 사람이 직접 소방서 까지 뛰어가서 신고를 하는 방법이 최선이였다 한다.

그리하여 당시의 소방서에는 ‘망루’라는 것이 있었는데 수 십 미터 탑에 올라가 주변을 관측하면서 화재가 발견되면 현장으로 출동시키는 당시로서는 최선의 화재발생 인지 수단이었을 것이다.

통신수단이 발전하면서 소방서에서는 망루가 오래전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전화가 대신하더니 이제는 사람의 위치추적도 가능한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다.

IT 강국다운 기반 시설이 조성되어 분명 과거와는 달리 화재로 의심되는 작은 연기만 발견되어도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즉시 소방서에 신고할 수 있다.

화재신고를 위해서 전화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 볼 필요도 공중전화를 찾을 필요도 없이 개인이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로 언제든지 신고할 수 있으며 현장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게다가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분명 스마트폰의 발전은 우리의 삶의 모습을 여러 방면으로 변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진화한 스마트폰의 발전이 편리함과 풍요만을 제공한 것이 아니고, 그로 인하여 고충을 겪어야 하는 부분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휴대전화의 확산이 소방업무에 미치는 영향도 결코 만만치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소방활동 여건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시간적·공간적 장애를 극복하여 신속한 정보 전달로 인한 역기능으로 고충을 겪고 있음에도 현재는 소방의 내부적으로 소화할 수 밖에 없다.

전화도 없고 전기도 없던 시절에 화재가 발생하면 지역 주민들은 나의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와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나섰으나 요즘은 소방서에 신고 전화 한 번 하고는 방관자의 입장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화재나 각종 사고현장을 목격하였다면 신고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후에는 사건의 진행사항을 수시로 알려 주어야 하고, 소방대가 도착 할 때까지 현장을 정리하고 소방차의 원활한 진입을 유도하여야 하며, 각종 재난상황은 피해를 당한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여야 한다.

IT강국으로서 의사전달 체계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였으나 소방차가 현장으로 가야 하는 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을 뿐 더러 오히려 그 한계가 더욱 높은 장벽으로 우리 소방대에게 다가온다. 조금의 틈도 주어지지 않고 빽빽하게 늘어선 자동차의 행렬 사이를 비집고 천신만고 끝에 현장에 도달하고도 무질서한 주정차와 장애물과 한바탕 씨름하여야 한다.

우리민족은 두터운 정으로 어우러져 정에 웃고 정에 우는 그런 고운 심성을 지닌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났다. 다만 너무도 바쁜 세상에 살면서 잠시 잊을 수는 있어도 그것을 송두리째 버리지는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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