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은 29일 창당 1년 11개월만에 탈당을 선언했다.

안 전 의원은 손학규 대표의 사퇴 거부로 ‘당 리모델링’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결국 당을 떠나는 길을 택했으며 독자적인 신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 어제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며 저는 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며 탈당 이유를 전했다.

안 전 의원은 지난 19일 귀국 이후 일주일 만인 27일 손학규 대표를 만나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직접 비대위원장을 맡고 당을 리모델링해 실용적 중도정당을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안 전 의원의 제안을 단호히 거부했다. 손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재신임 투표,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 제안도 모두 거부했다.

당내 호남계 등 당권파 의원들이 동반 후퇴론을 거론하며 중재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안 전 의원은 협상이 여의치 않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으로 창당된 지 1년 11개월 만에 창업주들이 모두 당을 떠나게 됐다. 앞서 공동창업주였던 유승민 의원도 새로운보수당을 만들며 분당의 길을 택했다.

안철수 전 의원 역시 신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의원은 회견에서 “실용적 중도정당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합리적 개혁을 추구해 나간다면 수십 년 한국사회 불공정과 기득권도 혁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제게 주어지고 책임져야 할 일을 감당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총선이 석 달이 채 남지 않은 만큼 이른 시일 내 안철수계 의원들을 데리고 창당을 위한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나, 창당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

우선 안철수계 의원들은 권은희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비례대표 의원들로, 당의 제명이 아닌 자발적 탈당의 경우엔 의원직을 잃는다. 제명 요구를 손 대표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고, 당내 윤리위 절차가 총선 전까지 마무리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내 단 한 석의 신당으로 총선을 치르게 되면 기호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의 파급력에도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안 전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해 ’녹색 바람‘을 일으켰지만, 4년 전과 지금은 정치적 환경이 다르며 국민의당 시절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호남 민심이 이전 같지 않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인한 신당 난립, 야권 정계개편 움직임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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