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신상구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겪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향토사학자도 예외 없이 늙고 병들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향토사학자는 향토의 문화와 역사를 체계적으로 조사 연구하는 재야 사학자이다.

향토사학자들이 발굴하는 사료와 연구논문은 지역의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을 밝히고 정립하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향토사학자들은 대부분 자비로 조사연구를 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사료가 부족해 주로 현장조사를 통해 연구논문을 작성하고 있는데, 대부분 원고료를 주지 않아 수준 높은 연구논문을 발표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전국 어디를 가나 40세 이하의 향토사학자는 드물어 지금 향토사학 연구는 단절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충청지역의 원로 향토사학자들이 잇따라 작고하여 후배 향토사학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충북 향토사학계의 큰 별이자 산파역을 했던 김예식(金禮植) 선생은 2007년 2월 11일 72세를 일기로 별세했고, 대전·충남 향토사학계의 거목 춘강(春岡) 김영한(金英漢) 선생은 2018년 2월 5일 9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천안 향토사학계의 거목인 심천(深泉) 민병달(閔丙達) 선생은 2019년 5월 20일 향년 93세로 돌아가셨고, 서산 향토사학계의 거목인 탄곡(坦谷) 이은우(李殷佑) 선생은 2018년 10월 1일 향년 84세를 일기로 소천했다.

태안 향토사학계의 거목인 박춘석(朴春錫) 박사는 2018년 6월 1일 향년 87세를 일기로 영면했고, 천안의 원로 향토사학자인 이원표(李元杓) 선생은 1998년 10월 23일에 교통사고를 당해 향년 6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 외에도 천안의 원로 향토사학자인 오세창(吳世昌) 선생은 1991년에 61세를 일기로 타계했고, 역시 천안의 원로 향토사학자인 김준기(金駿基) 선생은 2018년 8월 1일에 향년 87세를 일기로 소천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타계한 원로 향토사학자들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사업회가 조직된 사례가 거의 없고, 평전이 발간되거나 기념비가 건립된 것도 찾아보기 힘들어 안타깝다.

불행 중 다행으로 천안향토문화연구회가 2000년 4월 2일 천안향토사학자 이원표선생 공적비를 세우고, 2019년 9월 28일에는 지곡문학회가 탄곡 이은우 선생 타계 1주기를 맞아 성금을 모금해 문학기념비를 건립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향토사학자들은 대부분 정부나 기업들로부터 경제적·학술적 지원을 받지 못해 항상 자금난·시간난·공간난·사료난에 시달리고 있는데다가, 주위 사람들의 몰이해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앞으로 전국문화원연합회가 주도하여 향토사학자들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향토사학자들이 남긴 논문과 저서와 사료를 잘 보존하고 활용하며, 타계한 원로 향토사학자들의 업적을 기리는 추모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향토사학의 발전을 기해야만 지역의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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