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차 내부.

중국은 참으로 땅이 넓다.

땅이 넓다보니 설날에 우리처럼 며칠 휴가를 내어서는 길에서 시간을 다 허비하고 정작 집에는 가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하는 지형적 특색이 있다. 그러하기에 중국은 최소한 보름 이상은 춘절(설날) 휴가를 보낸다.

지금이야 경제적으로 부유하여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인의 98% 이상이 죽기 전까지 북경 구경을 못해보고 죽기에 소원이 수도인 북경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기간에는 일반 상점이 대부분 문을 닫기에 물건을 구입하기도, 음식을 사먹기도 매우 어렵다. 당연히 설날에 중국으로의 여행은 무모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땅이 워낙 넓다보니 기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우리처럼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이나 된다. 그러니 우리처럼 앉아서 가는 칸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침대칸이다. 물론 금액에 따리 특등칸(1칸에 단 2명이 사용하며 욕실이 완비) 우등칸(1칸에 4명) 일반칸(1칸에 6명)으로 구별되어진다. 일반 칸은 바닥에서 천정까지를 3등분을 하여 자는 공간을 3개나 만들었기에 중간 칸과 상층 칸은 앉을 수는 없고, 오직 눕기만 하는 공간이 주어지기에 많이 불편하다.

물론 가격이 천차만별로이다. 일반 침대칸은 3단침대가 마주 보고 있는 6인 1실로, 3단 하단의 침대를 하포(下铺), 가운데를 중포(中铺), 상단을 상포(上铺)라고 하는데 같은 일반 칸임에도 불구하고 상포가 가장 저렴하고 아래로 갈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개인적으로는 움직이기에 편리한 하포를 추천하는데 가격이 비싸도 빨리 매진이 된다.

어릴 적 미국의 그랜드캐년과 중국 대륙의 넓디넓은 중원은 글자 그대로 꿈이었다. 그러기에 비행기보다는 기차를 타며 끊임없이 펼쳐지는 중국의 중원대륙 보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기차를 타고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물론 일반 관광객들 눈에는 보이지 않고, 중국인들 생활 속에 들어가야만 보이는 광경이다. 중국인들은 남자건 여자건 옷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기차 안에서 여성분들 잘 때 보면 그냥 팬티스타킹이나 내의 차림으로 잔다. 일어나서 세수하러 갈 때도 연령불문하고 내내 그 차림이다. 보는 필자 스스로는 얼마나 민망한지?

당연히 팬티스타킹과 내의 차림이니 몸의 곡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는 일반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웃집에 잠깐 볼일이 있어 갈 때도 그냥 팬티스타킹이나 내의 차림으로 간다. 찾아온 이웃과 이야기 하려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거기다 스타킹에 구멍까지 뚫어져 있다면....기차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싶었지만 괜스레 오해를 살까하여 나만 본 것으로 만족하였다.

중국의 기차는 크게 특급열차(特快), 급행열차(直快), 쾌속열차(快客), 완행열차(普客)로 구분할 수 있다. 특급열차와 급행열차는 장거리 노선을, 쾌속열차와 완행열차는 중, 단거리 노선을 운행한다. 앉는 좌석은 부드러운 좌석 칸인 롼쭤(软座), 딱딱한 좌석 칸인 잉쭤(硬座)로 5시간 이상을 가는 장거리 여행자들은 우리의 KTX 같은 뚱처(動車)나 침대 기차를 이용하시기 권한다. 요즘은 중국 경제가 많이 발전하여 우리의 KTX처럼 고속열차(動車)가 전국 여객철도 2447편중 1330편을 차지한다.

지금은 중국이 자체적(창춘궤도객차)으로 고속철도 차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최초의 고속열차 CRH2型电力动车는 일본의 가와사키 중공업에서 구입하였고, CRH3型电力动车组는 독일 지멘스 사의 기술제공 라이선스에 의해서 중국에서 제조된 고속철도 차량이다. 조금 황당한 일은 초창기 외국에서 고속철도 차량이 수입되었을 때 내장된 비품 대부분이 승객에 의해서 도난당하는 불상사도 겪기도 하였다. 시진핑 시대 들어와서는 국가 안전을 크게 강화하였는데, 북경의 기차역은 수도역이기에 무장 경찰차량에 기관단총까지 탑재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긴급한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기차마다 식당 칸이 따로 갖춰져 있는데 음식은 밥부터 면 종류까지 다양한 준비가 되어있는데 가격은 우리보다 많이 저렴하다. 우리와 같이 판매원들이 돌아다니며 도시락과 각종 음식을 팔기도 하는데, 주로 컵라면을 많이 선호한다. 우리의 신라면이 중국에 발 빠르게 진출하여 가격이 중국산에 비하여 다소 비싼데도 불구하고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중국은 물에 석회질이 많아 자연스럽게 차(茶)문화가 발전하였는데 뜨거운 물은 역 대합실이나 기차 안, 고속버스정류장 등 어디서나 손쉽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설치가 잘되어있다. 그러기에 우리보다도 여행 시 유독 컵라면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이제는 중국정부에서 중국의 전역을 1일 생활권으로 하려고 많은 구상을 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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