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의 엔진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박진우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의 엔진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 7일 중대한 시험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성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ICBM급 미사일과 관련된 시험을 통해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 전에 미국을 최대한으로 압박함과 동시에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오전 "2019년 12월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이번 시험의 성공적 결과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또 조선중앙통신은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지난 2012년 ICBM급으로 평가되는 '은하3호'로켓을 발사하고 2016년 2월 장거리 로켓으로 광명성 4호를 쏘아올렸다.

또 2017년 3월에는 ICBM급 화성-14형, 화성-15형 등에도 사용된 백두산 엔진의 연소 시험 등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곳이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일부 해체 작업을 진행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움직임을 자신의 주요한 성과 중 하나로 내세우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지난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지면서 동창리에서의 해체 움직임도 둔해지고 일부 복원 움직임이 이어졌으며 한미 당국은 최근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의 새로운 움직임이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보도 내용에서 '전략적 지위'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을 고려했을 때 전략 무기인 ICBM과 관련된 엔진 시험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또 '중대한 시험'이라는 단어가 사용돼 그동안 ICBM용으로 사용됐던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전환한 엔진 시험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며 이와 함께 지난 2017년 11월29일 마지막으로 발사된 ICBM급 미사일인 화성-15형의 엔진 성능을 개량해서 추가 검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화성-15형 발사가 한 차례만 시험이 진행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이번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의 중대한 시험을 통해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 전에 미국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을 동시에 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국방부 관계자는 "한미는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 동창리를 비롯한 주요 지역의 활동들에 대해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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