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암/본지 주필, 시사·문학평론가

만추의 오색이 사라진 엄동설한이다. 따라서 인간의 신체기능이 저하되는 계절이다. 그러나 집값과 땅값은 고공행진이면서, 이 사회 구석에는 휘황찬란한 불빛만이 상존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승세가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면서 희망을 망가뜨렸다.

역대정부 중 최고치 집값상승으로 인한 소득불평등에, 철없는 서민층 아이들은 울먹인다. “엄마, 삼겹살이 먹고 싶다. 자장면도 먹고 싶다”고 말이다. 그러나 정권 수뇌부나 이 사회의 지배층은 닭똥 같은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서민층의 비애를 알까 모를까.

집값상승은 끝내는 땅값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우리 국민의 70%는 땅 한 평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소위 상위 1%가 전체 토지의 약 40%, 상위 10%대가 약 9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다고 서부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광활한 미국 유타 주의 땅이라도 임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땅, 아니 토지는 인간의 노력에 의하여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창조주가 인간에게 무상으로 공여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작금의 실태를 한번 보자. 얼마 전 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구소득이 40조가 증가할 때 불로소득이 2,000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무려 50배이다.

우리나라 땅값이 작년 말 기준 1경1,500조. 지난 20년간 7,300조 상승으로 6,600조나 거품이 발생하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 중 민간보유 땅값은 9,500조원으로, 이러한 땅값만 국내총생산의 5배, 근로자 임금의 14배의 규모일 정도이다.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아주 심각한 상태에 처해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한국은행 발표는 엇박자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땅값을 축소조작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이유야 어찌하든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땅값상승이다. 항간에는 우리나라 땅값이면, 그 넓은 캐나다나 호주 땅을 사고도 남는다고 하지 않는가.

여기서 우리 국민들의 상위층이 마냥 꽃방석에 앉아 피리를 부는 세월을 구가하겠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팽배한 이기주의에 긍휼의 자세도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서방7대국에 세계경제 10대국이기에 망하지 않는다.”고 자만에 빠질 일이 아니다. 영원할 줄 알았던 로마제국의 멸망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기억하는가.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장충체육관을 필리핀이 건설하고, 6·25전쟁 때 파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때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잘사는 국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국민소득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데다 땅값상승으로, 서민들이 해안가로 떠밀려 수상가옥에 기거하는 가구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필리핀은 태국이나 베트남처럼 민족고유의 수상가옥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지, 집이 없어 이러한 현상이 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난 정권을 되돌아보자.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땅값상승이 있자, 노태우 정부는 토지공개념을 과감하게 실시했다. 당시로서는 혁명적 발상에 가까웠다. 이로써 토지가의 상승세가 꺾여 토지정의를 이루기도 한 바 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 와서는 토지공개념 3법을 헌법불합치 또는 위헌결정을 하여 토지정의에 반하는 정책도 모자라, 선분양제 실시와 함께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2000년부터 가파른 집값과 토지가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 정부는 2017년 8·2대책, 그리고 2018년 9·13부동산대책을 내놓았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자, 2019년 10·1부동산안정화 추가대책을 발표하였다. 이 또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지정검토방식인 집값상승 우려지역의 선별 핀셋 지정추진 등으로 원정투기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토지에서의 불로소득으로 인한 소득불평등만이 아니다. 이제는 부의 세습화와 그 지위와 권력까지 세습화되는 막장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창조주 하나님이 내린 땅에 대한 성서적 평등인 토지제도에서부터 중세 교부들의 ‘공의’, 재산권에 대한 자연법 사상가들의 토지사상, 그리고 이러한 토지재산권으로 인한 불평등과 빈곤을 해소하려는 고전파경제학자들의 그 이념과 사상이 우리 헌법과 부동산 관련 법률에 체화되고도 토지공개념이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작금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조속한 토지공개념 실시밖에 있다.

이 제도가 사회주의나, 더 나아가 공산주의 발상인 좌우이념 문제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이 제도는 우파정권인 이승만 정부의 토지정책인 농지개혁과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이 있었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박정희 정부의 경제브레인들도 훗날 경제개발에 있어 토지정책을 간과한 점을 후회하고 있다.

2018년 3월, 현 정부는 헌법개정안에서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하자면서 변죽만 울린 바 있다. 그러나 그러할 필요도 없다.

현행헌법과 관련 법률에서도 토지공개념을 실시함에 있어, 얼마든지 그 근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를 국가가 빼앗자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와도 배치되지 않음이다. 이 제도를 실시함에 더 이상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먼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브레인부터 교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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