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박진우 기자) 교육부가 서울 소재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3학년도까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비중을 40% 이상 확대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나 논술위주 전형 쏠림이 모집인원 45% 이상을 차지하는 대학이 대상이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해 ▲건국대 ▲경희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또 부모 영향력이 작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비교과영역과 자기소개서는 2024년 완전히 폐지한다. 그 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정시 확대는 올해 559억 원이 투입된 국고사업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과 연계해 진행한다. 교육부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도 정시가 확대될 수 있도록 2022학년도 조기달성을 유도하기 위해 예산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16개 대학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특수목적고(특목고) 등 외부영향력이 컸던 논술전형과 특기자 전형을 폐지하고 정시전형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논술전형은 올해 1만1162명(3.21%), 특기자 전형은 3935명(1.13%) 수준이다.

서울 16개 대학이 수능위주 정시전형을 40%까지 늘릴 경우 정시로 대학에 가게 될 학생 수는 2021학년도 기준 1만4787명에서 2만412명으로 5625명(38%)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등을 충족하지 못해 정시로 이월되는 학생 수까지 합치면 50%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중론이다.

특히 고려대는 18.4%, 서울대는 21.9%를 정시로 선발했기 때문에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두 학교는 논술 위주 전형도 없기 때문에 학종 선발비율을 줄일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학종으로 78.1%를, 고려대는 학종 47.5%·교과전형 27.8%로 선발해왔다.

유 부총리는 이번 발표가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임을 강조하며,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겨냥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과도한 해석 자체가 정치적"이라며 선을 그었다.

정부 발표에 대해 학부모와 교육단체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비판적인 반응을 내놨다.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나명주 회장은 이날 "정시 확대가 우려된다. 학교 현장은 다시 EBS 문제풀이로 돌아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정시전형 확대를 주장해왔던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도 "기존 30%에서 10%를 올린 40%는 납득할 근거도 없고 어중간하게 절충한 총선용 정시확대"라고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번 개편안은 공론화 결정을 파기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대입제도가 또 뒤바뀌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공정성을 빌미로 또 대입제도를 흔들었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작년 공론화위원회의 치열한 논쟁을 거치면서 수능 정시 비중 30% 확대라는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했는데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교육부 스스로 깨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시 확대로 정성평가를 통해 서울 소재 주요대학에 입학했던 학생들의 진학 통로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학종과 논술 축소로 대입제도가 학생부교과전형과 수능위주전형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위권 학생들의 진학 통로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