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의 급속한 하락…허약한 경제가 대위기 촉발”
“유가의 급속한 하락…허약한 경제가 대위기 촉발”
  • 소정현 대기자 news@seoulilbo.com
  • 승인 2019.11.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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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리뷰: 베네수엘라 사태의 ‘국내외적 역학 구도’
차베스 집권 후 복지 확대로 인해 실업률과 빈곤률 감소 등 일정한 효과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뉴시스
차베스 집권 후 복지 확대로 인해 실업률과 빈곤률 감소 등 일정한 효과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뉴시스

과이도 국회의장 ‘임시 대통령’ 자임 ‘혼란 부채질’

국제유가 폭락에 ‘석유 의존형’ 경제구조 휘청거려

중·러 국영석유기업에 대규모 투자 막대한 이권개입

군부와 빈곤층 지지 현정권 쉽게 몰락하지 않을 것

소정현 대기자
소정현 대기자

◆친미국가에서 ‘반미 국가의 최선봉’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보름도 되지 않은 지난 2018년 1월 23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자신을 과도 정부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즉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국민은 너무 오랫동안 불법적인 마두로 정권으로부터 고통을 겪었다. 나는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크게 일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 주요국,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중남미 우파 정부 등 50여 개국이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반(反) 마두로 포위전선’이 신속하게 구축된 셈이다. 이번 사태는 베네수엘라 경제가 악화일로를 겪는 와중에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된 것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경제는 차베스 前 대통령이 취임한 1999년 이후 호조세를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 발표를 보면 차베스 집권기인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3.4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차베스 정권 말기인 2011년 빈곤가구의 비율은 25%, 극빈가구 비율은 7%로 떨어졌다.

차베스 집권 후 ‘무상교육’ ‘의료지원’ ‘저소득층 보조금 지급’ 등 복지 확대로 인해 실업률과 빈곤률이 감소하고 문맹률이 떨어지는 등 일정한 효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득권층에 집중된 석유 산업의 이익을 사회빈민층에 투자해 베네수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애써 무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석유산업이 국가 수출의 96%, 정부 수입의 60%를 차지할 정도를 석유 수출 대금으로 식품과 각종 생필품, 공산품을 수입하는 기형적인 ‘석유 의존형’ 경제구조가 형성됐다. 그리고 3선에 성공한 차베스 대통령이 2013년 암으로 사망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이 차베스의 후임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원유 수출에 모든 것을 기대고 있던 베네수엘라 경제는 하루아침에 붕괴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가운데, 원유 생산량마저 급감하면서 돈줄이 막혀 버렸다. 차베스 전 대통령의 취임 전년도인 1998년 하루 300만 배럴을 웃돌던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2018년 11월 110만 배럴까지 감소했다. 미국의 경제·금융 제재도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를 부채질했다.

2013년 마두로가 대통령에 처음 취임한 이후 6년간 베네수엘라 경제는 쇠퇴를 거듭해 규모가 ‘반 토막’이 났다. 경제성장률은 2014년부터 5년 연속 곤두박질쳤다. 2014년 –3.89%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2016년 –16.46%, 2018년 -18%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베네수엘라를 옥죄는 경제 위기는 국민의 삶을 짓눌렀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재정 수입이 줄어들자 이전만큼 식품과 생필품 등 기초 생활물자를 대량으로 수입할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일부 식품과 생필품이 암시장에서 유통됐지만, 턱없이 비싼 비공식 환율로 거래되는 바람에 일반 국민은 감히 구매할 수 없는 실정에 처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경제위기의 기저에는 국가 주요 산업의 다양화의 외면과 유능한 경영자의 결핍에 따른 것이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사회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재산수용을 허용하고, 국가에 대한 범죄, 부패, 마약거래 등에 연루된 재산몰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제조업 등 산업육성은 미진했고, 오히려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저하되었다.

석유를 포함, 통신·철강·전력·시멘트 등 주요 산업이 국유화되면서 해당 산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정권의 측근인사들이 국유화된 기업에 임명되었고, 이들의 경영실패는 생산성 감소로 이어졌다. 가격통제 역시 기업의 채산성을 약화시켰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사활 건’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은?

석유 확보가 필요한 중국은 일찌감치 베네수엘라에 크게 승부수를 걸었다. 중국은 지난 2007년 이래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에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중국은 자동차, 통신, 인프라, 가전사업 등을 통해 전방위로 차베스와 마두로 정부를 지원하고 최신 군사 장비를 공급해 왔다. 또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많은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이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인 PDVSA와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9년 1월 28일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의 미국 자회사 ‘시트고’가 수익을 송금하는 것을 금지했다. 러시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러시아는 국영석유회사인 로즈네프트(Rosneft)를 통하여 65억 달러의 신규 차관을 공여했다.

더욱이 러시아 입장에서 베네수엘라는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 러시아는 2006년부터 베네수엘라와 석유와 군사무기를 상호 거래하는 관계가 되었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북쪽의 안토니오 디아스 해군기지에 사이버망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거래하는 국외 금융기관, 특히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2차 제재도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와 중국이 볼 때 베네수엘라는 석유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기지일 뿐만 아니라 미국을 견제하려는 지정학적 게임의 차원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높은 것이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과이도 진영에도 채널을 구축하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신을 과도 정부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 /뉴시스
자신을 과도 정부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 /뉴시스

◆미국의 진짜 속내! 친미정권 수립

라틴아메리카와 미국의 지난 역사적 관계를 잠깐만 살펴보더라도 미국의 관심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인권이나 평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많은 민주정권을 전복시키고 독재정권을 수립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이제 미국은 각종 경제적인 제재 조치에 이어 군사옵션 카드까지 거론하며 마두로 정권의 목을 죄는 데 전념하고 있다. 남미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가진 이 지역에서는 절대로 중국과 러시아에 에너지 패권을 양보할 수 없다는 전략인 셈이다. 미국은 마두로 정권이 무너지고 다시 친미 정권이 들어서야 막대한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에 미국 석유기업들이 용이하게 진출하여 막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군부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현 마두로 정권이 쉽게 몰락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여기에 약 160만 명에 이르는 ‘콜렉티보스’(colectivos)로 불리는 무장 민병대도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또 과이도 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현 야권 세력은 과거 차베스 정권에 이어 현 마두로 정권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는 빈곤층으로부터 적극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2000년을 전후해 라틴아메리카에서 진보·좌파 정부들이 잇달아 집권했다. 이 정부들은 성격이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미국 제국주의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를 표명했다. 베네수엘라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시행했다면 경제위기가 없었을까? 일원화된 산업 구조가 다양화되지 않는 한 국제 유가 하락에 의해 비슷한 경제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더욱 석유 산업에 기댄 기득권층의 부정부패로 양극화가 더 심해져 사회 전체의 혼란이 커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러시아·중국 간의 이해적 절충에, 대내적으로는 군부가 어떠한 입장을 견지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뉴시스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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