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측근들에게 "일본은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한국이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정지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이를 아베 정권의 외교 성과로 홍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측근들에게 "일본은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24일자 기사에서 한일 지소미아 종료 정지 직후 아베 총리가 주위 사람들에게 이와 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유지 결정을 발표한 직후 아베 총리가 주변에 "미국 (압력)이 매우 강해서 한국이 (지소미아 유지)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지소미아 종료가 부득이한 흐름이었다가 반전된 데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워싱턴의 파괴력이 대단하다. (한국이 미국에)옥죄였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이 지소미아 유지 조건으로 요구해온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일본 자민당의 한 간부가 "수출문제는 당국자들끼리 논의하면 된다. 한국 측이 수출관리를 잘하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마이니치신문은 미국이 주한미군의 일부 감축까지 거론하면서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유지를 압박했었다고 2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시간(23일 0시)을 약 7시간 앞둔 22일 오후 5시쯤 아베 신조 총리관저에 지소미아 유지를 통보했다. 보고를 받은 아베 총리는 "정직한 판단"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관련 외교문서는 한국과 일본에서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직전인 오후 6시 조금 전에 일본에 전달됐다.

마이니치는 지소미아의 종료 흐름이 지난 15일에 바뀌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스퍼 국방장관은 50분에 걸친 만남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안보 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지소미아와 관련한 우리의 기본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날 에스퍼 국방장관은 정경두 국방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에 대한 갈등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북한과 중국 뿐"이라며 공공연히 불쾌감을 드러냈다.

마이니치는 미국이 이런 흐름 속에서 주한미군 일부 감축까지 거론하면서 한국 측에 양보를 권유했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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