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 /뉴시스

(박진우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공식 종료를 5일 앞두고 한국과 일본 국방장관이 마주 앉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7일 낮 12시(한국시간) 제6차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가 열리는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트 호텔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과 만나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가졌다.

지소미아는 오는 23일 0시부로 공식 종료된다. 하지만 정경두 장관은 회담 직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일본 측과 "원론적인 수준에서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일 국방장관회담 개최는 지난 6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정 장관과 고노 방위상의 회담은 40분 정도 진행됐다.

정 장관은 "일본이 계속해서 (지소미아) 유지를 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측은) 6월까지 정부 입장은 연장이었다. 이후에 일본이 수출규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하면서 그 이유로 안보상 신뢰를 들었다. 결국 종료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속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한일, 한미일 간에 방위 안보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동일하게 그런 부분을 인식했으니 앞으로 국방분야 협력을 잘하자는 것들이 핵심 내용이었다"고 부연했다.

고노 방위상은 모두 발언에서 "한일 사이에서는 여러 과제들이 발생 양국 관계 상당히 어려운 상황 지속되고 있다"며 "일한 간의 문제, 북한 정세 등 앞으로 한일 교류협력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지소미아를 유지하기 위해 수출 규제를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7일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수출 규제 철회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를 미국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를 연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우리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는 오는 22일까지 일본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인 만큼 현 단계에서 (지소미아가) 종료된다 안된다 말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닷새 남은 시간 동안 일본이 수출 규제에 대한 태도를 바꾸길 희망한다는 뜻이다.

한편 일본은 이번 국방장관 회담에서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 비행과 관련해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일본 측에서는 초계기에 추적레이더를 조사(겨냥해 비춤)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유감 표명이 있었다"며 "우리가 작전수행 절차를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재고를 해달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 6월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이와야 다케시 당시 방위상과 만나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 문제를 논의했지만 평행선만 그은 채 마무리됐다.

당시 양국은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을 위해 이 문제를 더 이상 표면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한일 양국의 입장 차이가 명확한 만큼 지소미아는 사실상 종료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가 종료된다면 일본의 경제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관계가 한층 경색될 전망이다.

아울러 초계기 이슈가 다시 표면화된 만큼, 지소미아 종료와 함께 초계기 저공비행 문제도 다시 한일 군사갈등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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