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왼쪽)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뉴시스

(이진화 기자) 여야 중량급 인사들이 17일 잇달아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3선 중진인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같은 날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임 전 실장과 김 의원은 여권과 자유한국당 내에서 비중이 상당한 인물들이어서 이번 불출마 선언이 정치권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내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3선 이상의 중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김 의원이 처음이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치권에서 '만성화'를 넘어 이미 '화석화' 된 정파 간의 극단적인 대립 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 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음을 고백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동반 퇴진도 요구했다. "두 분이 앞장서시고 우리도 다 같이 물러나야 한다. 미련 두지 말자"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 전에 지도부에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불출마 요구는 지도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지난 2월 당대표 취임 후 복당파 비주류인 그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중진의 험지 출마를 강요하는 분위기를 비판하면서 당 해체까지 거론했다. 김 의원은 "발언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는 예외이고 남 보고만 용퇴하라, 험지에 나가라고 한다"며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당은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하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자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원장으로 일해 왔다.

한국당 내에서는 그동안 유민봉, 김성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86세대의 대표주자 격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동번영, 제겐 꿈이자 소명인 그 일을 이제는 민간 영역에서 펼쳐보려 한다. 서울과 평양을 잇는 많은 신뢰의 다리를 놓고 싶다"고 밝혔다.

만 34세이던 2000년에 16대 국회의원이 된 그는 “어느새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중에서도 대선 캠페인부터 비서실장까지 문재인 대통령님과 함께 한 2년 남짓한 시간은 제 인생 최고의 기쁨이고 보람이었다"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최근까지도 내년 총선에서 '정치1번지'로 불리는 종로나 성동을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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