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대학 본관.

어릴 적 중국하면 6.25사변이 끝난 후라 ‘인해전술’이란 용어가 먼저 떠올려졌고, 그다음으로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말 한대로 소련은 철의 장막, 중국은 죽의 장막의 나라로 왠지 미개하고 축축하고 어두운 면을 많이 생각하였다.

뜻하지 않게 죽의 장막(?)인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위치한 칭화대학(清华大学:중국은 대학이 우리의 종합대학) 미술학원(美術學院:중국은 학원이 단과대학)에 교수로 가게 되었고, 그 속에서 그들과 어울리며 작품생활을 하다 양국에서 선정하는 한-중 수교 20주년 작가 1명에 선정되는 영광도 안게 되었고, 나이가 들어 정든 학교와 학생들과도 헤어져 가르치는 교직을 그만두고 정년퇴직을 하였다.

칭화대학은 베이징대학과 함께 중국 최고 명문대학으로 손꼽힌다. 칭화대학은 이공계 중심의 대학으로 중국 과학기술 육성정책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와 달리 과학기술을 사업으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설립역사는 1911년 의화단(義和團)의 폭거로 피해를 입었다 주장하는 서구 열강의 강력한 압력에 굴복한 결과물이다. 중국정부는 배상금 명목으로 미국이 조차하던 지역에 미국 유학생 양성기관인 ‘칭화학당(淸华學堂)’을 설립하여 개교를 하게 되었고, 그후 ‘칭화학교’를 거쳐 공산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명문 종합대학으로 성장하였다.

1952년 중국 정부가 결정한 ‘전국 공학원(工學院) 조정방안’에 따라 공학부에 베이징대학과 옌징[燕京]대학의 공학계통을 통합 흡수하고, 문학·이학·법학은 베이징대학교로 이전되었다.

중국의 미술대학은 같은 북경에 위치한 중앙미술학원(中央美術學院)이 우리의 홍익대학교에, 칭화대학 미술학원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비교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북경대학은 미술학과만 있는 소규모로 칭화대학이나 중앙미술학원에 비하여 규모가 미비하다.

칭화대학은 베이징대학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으며, 유명한 유적지 이화원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인문학원, 사회과학학원, 경제학원, 환경학원, 생명과학학원, 마르크스사상학원, 의과학원, 항공우주학원, 신문방송학원, 공공정책·관리학원, 미술학원, 법과학원, 기계공학학원, 건축학원, 재료공학학원, 평생교육학원, 이학학원, 정보과학기술학원 등 19개 학원, 55개 학과에서 다양한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재학생 4만 3,112명 가운데 학부생이 1만 5,408명, 석사과정 등록학생이 1만 7,419명, 박사과정 등록학생이 1만 285명이고, 전임교원 수는 3,291명이다.

도서관에는 458만 권 이상의 도서와 연속간행물, 각종 디지털 자료가 비치되어 있다. 재미난 것은 도서관을 각 학원마다 따로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학교 내에 식당이 60여 곳 있다고 하는데 규모가 4층으로 축구장만한 큰 것도 있다. 하도 식당이 많다보니 다 가보지를 못하였다. 미술학원에서 식당을 가려면 30분 정도를 걸어야하는데 자전거를 구입하였다가 하루 만에 도둑맞고 운동 삼아 걸어 다녔다.

식당과 미술학원이 멀다보니 중간에 화장실을 가야할 때도 있는데, 각 학원마다 많은 인원의 경비원이 문을 지키고 다른 학원관계자는 출입을 통제하니 타 학원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말도 안 되는(?) 실랑이를 벌렸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유학생이 전체 재학생의 약 6%에 달하는데, 청화대학은 자원외교를 중시하는 중국정부에 뜻에 따라 아프리카 지역 고관의 자제들을 무상으로 교육시키고 있다.

졸업식 때는 진풍경이 벌어지는데 이유는 그들에게 잘 보여야하는 고관들과 자국대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인원이 졸업식에 몰려들어 눈도장을 찍기 때문이다. 이날은 마치 아프리카에 간 듯하다.

칭화대학 출신의 유명 인사로는 중국의 현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과 전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195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정다오(李政道)와 양첸닝(陽振寧), 우방궈(吳邦國)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등으로 중국의 대학 중에서 가장 동문들의 파워가 좋다. 2012년 개교 100주년 기념식을 우리의 국회의사당에 비견되는 인민대회당에서 개최할 정도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2010년에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 14곳'에 아시아 지역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되었다.

칭화대학 공대 출신이 중국의 전 현직 주석이란 현실과 비교 하였을 때, 우리나라 공과대학의 우수한 인재들이 재학 중 전공보다는 사법고시에 매달리는 현실은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더욱 사립대학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여도 국립대학조차 인기가 없는 학과를 폐쇄하는 현재의 대학분위기는 대한민국의 장래에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가 자문하여본다.

 

◆필자 약력: 서울과기대 학사, 홍익대학교 대학원 석사, 동신대 박사, 북경 칭화대학 미대 정교수로 정년퇴임, 광저우 화난이공대 명예교수, 폴리텍대학 명예교수 역임.

현재: 한중미술협회 회장, 각종 언론 칼럼니스트.

개인전 55회, 국제 비엔날레, 아트페어 등 단체전 300여회

서울평화국제미술제 심사위원장, 국제기능올림픽 명장부심사위원등 다수

작품소장: 중국 조어대 (北京 釣魚臺), 주중 한국대사관, 주한 중국대사관, 中国海信集团有限公司, 中国航空集团公司, 中国海尔集团公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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