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표 자유한국당 교육위 간사(왼쪽), 김현아 자유한국당 교육위 위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고등교육법 개정법률안(정시확대 50% 이상)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박진우 기자) 정시 확대가 내년 4월 총선과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청와대가 서울 주요대학을 대상으로 정시 비율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도 정시 확대 방침을 공식화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3일 대학입시에서 정시모집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날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정시모집으로 선발하는 일반전형 모집인원 비율을 '50% 이상'으로 명시한 것이 골자다. 또 특별전형에서 고른기회전형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 비율을 늘리도록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지난 12일 서울 중구 배재학당에서 정시모집을 50% 이상 확대하도록 법제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일괄폐지에는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시행령 개정이나 교육감 임의로 지정취소를 할 수 없도록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교원 정치 편향교육 등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시 처벌 조항을 신설하고 교육감 직선제 대신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조사 등을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서 정시확대를 언급했다. 이후 교육부는 'SKY' 대학까지 포함해 대학입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5일 발표했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정시 확대에 부정적이다. 고등학교 진로·진학 담당 교사들은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상향 발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3305명의 전국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69.7%가 대입개편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전교조, 시민단체들도 정시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교원대학교 김성천 교수는 한국당의 정시 50% 이상 확대 방침에 대해 "이명박 정부 당시 이주호 장관처럼 보수성향 정부에서도 수시 확대를 추동해왔다. 자유한국당이 정당 정체성으로 강조해온 시장 자유·자율 원리와도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교육철학보다 대중의 여론을 의식해 총선을 겨냥한 행위이자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대학입시를 비롯한 굵직한 교육정책이 정치 이슈화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조국 사태'와 같은 정치적 위기를 교육정책으로 타개하려다 더 큰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정시 확대를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한 마디 때문에 스텝이 꼬인 것"이라며 "청와대가 여론을 의식해 정무적으로 움직이다보니 기존 교육정책과도 충돌하고 현장에 혼란스런 메시지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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