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현재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에 진학할 수 없게 된다.

교육부가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는 2025년 3월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특수목적고(특목고)인 외국어고·국제고 79개교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

대신 강남8학군 부활을 막고 일반고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교학점제 선도지구 운영, 학생 맞춤형 교육, 교원양성·연수 강화 과제에 5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정착시키기 위해 '고교교육 혁신 추진단'(가칭)을 꾸린다. 단장은 유 부총리가 맡는다.

교육부는 이들 고교의 설립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삭제하는 방식을 통해 즉시 절차에 착수한다.

2024년까지 자사고와 외고·국제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신분이 유지된다. 2025학년도부터 고입 선발 및 배정은 일반고와 동일하게 운영된다.

전국단위 자사고와 전국단위 일반고도 학생모집 범위가 시·도 단위로 바뀐다. 평준화 지역인 전북 전주상산고의 경우 평준화 원칙에 따라 지망·배정한다. 반면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민족사관고는 비평준화 지역인 만큼 시험을 치러야 한다.

충남 공주사대부고와 전북 익산고, 세종 성남고 등 전국단위 일반고 49개교도 마찬가지다. 6개 학교는 평준화 지역이며, 43개교는 비평준화 지역이라 학교장이 제시한 고입시험 결과에 따라 배정 받는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자사고와 외고, 특목고 1개교당 3년간 10억원을 지원한다.

특목고의 정점에 있는 과학고와 영재고는 일반고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선발방식은 바뀐다. 영재고는 지필평가를 폐지하고, 입학전형에 대한 사교육영향평가를 실시한다.

학생의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 및 수업 학급 수 증대에 대응해 '교과 순회교사제', 전문강사 확보 등 교수 자원 증원도 추진한다.

단위학교 내에서 해소되지 못한 교육수요는 온·오프라인 공동교육 클러스터, 대학 및 지역사회 연계 등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력체제를 통해 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일반고 역량 강화방안에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맞춤형 교육과 진로교육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우선 중학교 3학년 2학기, 고교 1학년 1학기는 '진로 집중 학기제' 등을 통해 학생 맞춤형 진로 및 학업설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개별 학습기록 내실화를 위해 주요 교과부터 단계적으로 학생부 세부특기사항(세특) 기록 의무화를 추진한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학교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생·학부모 대상 진로·진학 업무를 전담하는 '교육과정 지원팀'을 설치한다.

유은혜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에 맞춰 일반고 집중육성, 미래형 대입제도 개선, 고교체제 단순화가 이뤄지게 된다"며 "고등학교 교육을 획기적으로 혁신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일괄 전환 시기를 2025년으로 정하면서 정책 연속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고 전환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삭제로 이뤄지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 자사고와 외고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 다시 번복될 수 있다.

해당 학교들은 정부 발표에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자교연)는 7일 오후 서울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계획을 비판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도 “교육구성원의 자사고·특목고 요구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전교조는 고교 서열화 해소는 교육계의 오래된 문제라며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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