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및 각 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콕(태국)=뉴시스

(박진우 기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7년 만에 타결됐다. 한국·중국·일본·아세안(ASEAN) 10개국 등 총 15개 국가(약 36억 명)가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묶이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16개국 정상들은 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차 RCEP 정상회의에서 인도를 제외한 나머지 15개국 간 협정문 타결을 선언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향후 시장개방 등 남은 협상 과제를 마무리 짓고 2020년 최종 타결·서명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RCEP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인도·뉴질랜드 6개국을 더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16개국 사이의 무역의 룰을 정하는 '메가 FTA'를 뜻한다.

RCEP는 미국과 일본 주도로 추진됐다가 유명무실화 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보다 참여국이 5개국이 많아 세계 최대 메가 FTA로 평가 받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작년 기준 RCEP의 국내총생산(GDP)은 27조4000억달러로 세계 GDP의 32%를 차지했다. RCEP 역내 국가 인구는 36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48%에 이른다. 9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교역량은 세계 교역의 29%에 달한다.

이러한 규모와 잠재력을 통해 역내 주요국들과의 교역·투자를 활성화 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 한다면 우리 국민과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협정문 타결을 이끈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방콕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올해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어젯밤 12시까지 회의장에서 회의를 했고, 지난 며칠간 긴급 수석대표 회의, 긴급 장관회의 등 마지막까지 노력을 기울여서 7년 간 노력에 대한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RCEP 타결은 정부의 핵심 추진 정책인 '신(新) 남방정책'의 가속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국가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 신남방 정책에 대한 협력 관계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 국가와의 교역·투자 여건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도 기대된다. 상품 시장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측면 외에 서비스·투자 분야 추가 개방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정부가 제시하는 청사진이다.

RCEP 타결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한국 농·수산물 산업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은 RCEP 국가에 농산물을 31억50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고 66억80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내다 파는 농산물보다 사들이는 것이 더 많은 셈이다.

13억 신남방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인도와의 협정이 끝내 무산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평가다. 인도는 나머지 국가들과 각각 양자 FTA가 체결된 데다, 자국의 정치 상황을 감안해 이번 협정문에 동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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