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뉴시스

(박진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최장수 국무총리가 됐다. 2017년 5월31일 취임한 이 총리는 28일 '재임 881일'을 맞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국무총리 중 재임기간이 가장 길었던 김황식 전 총리(880일)의 기록을 넘어섰다.

이 총리는 지난 2년5개월 동안 안정감 있는 국정 운영과 노련한 정치 감각으로 위상을 높여 왔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선두주자를 지키고 있다. 그가 ‘총리 출신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당연히 이 총리의 거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총리는 임명될 때만 해도 특별한 존재감은 없었다. 호남 출신 인물의 발탁이라는 탕평 인사의 의미가 컸다. 그러나 이 총리는 '사이다 답변', '내각 군기반장', '막걸리 회동', '깨알 수첩' 등으로 회자되며 이미지를 구축해나갔다.

이 총리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언론인·국회의원·도지사 이력을 살려 주요 국정현안을 직접 꼼꼼히 챙겼다. 또 내각 임명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다. 명실상부한 '책임 총리'로 평가받았다.

이 총리는 외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투톱 외교'를 공식화했고, 지난 24일 '일본통'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긴 터널에 갇힌 두 나라 경색 정국의 '해결사'가 된다면 대권가도에 꽃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2인자로서 차곡차곡 입지를 다지며 유력한 차기 대통령 선거 주자로 꼽히고 있다. 상황도 나쁘지 않다. 김경수, 안희정, 이재명, 유시민 등 여권의 잠룡들이 정치적 수난을 겪고 있다.

물론 대선까지 3년이나 남아 있어서 현재의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총리가 지난해 7월 이후 1년 이상 여권의 차기주자 1위 자리를 독보적으로 지켜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여권에서는 '이낙연 역할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 총리가 총선 승리를 위해 당으로 복귀해 출마하는 시나리오다. '정치 1번지'로 손꼽히는 서울 종로 등에 출마해 대권도전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받고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진두지휘한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친문 인사가 아닌 데다 당내에 이렇다 할 세력이 없다. '친문'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문심(文心)'이 중요하다.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한 관심은 총선 국면이 본격화하는 올 연말과 내년 초까지 계속해서 높아질 전망이다. 총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내년 1월 중순 전에는 물러나야 한다.

이 총리는 총선과 관련해 "정부·여당에 속한 사람으로서 심부름을 시키면 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여당과의 교감 및 조율 속에 자신의 행보를 머지않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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