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CF의 한 장면. /뉴시스

(이진화 기자)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중심에 섰던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이번에는 CF 때문에 논란을 빚었다. 새 광고가 위안부를 조롱하는 것 같다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쏟아졌고, 결국 송출을 중단했다.

유니클로는 최근 새로운 CF '유니클로 후리스: LOVE & FLEECE 편'을 내보냈다.

이 광고에서 90대 할머니와 10대 소녀가 등장해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영어 버전에서 소녀는 할머니에게 "(할머니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옷을 입었느냐"고 묻고, 할머니는 "맙소사! 그렇게 오래 전 일은 기억하지 못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이 광고에 한국어 자막이 달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할머니의 대답이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로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조롱한 것 같다", "유니클로 불매를 제대로 하자"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80년 전인 1930년대 후반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동원이 이뤄지던 시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는 전혀 조롱할 의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세대를 뛰어넘어 후리스를 즐긴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국 버전이 다른 이유는 자막을 만들 때 두 사람이 나이차가 많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면 좋겠다고 판단해 80년이라는 숫자를 추가한 것이지 조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유니클로의 해명에도 파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전남대학교 사학과 윤동현(25) 씨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니클로 광고 패러디'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게시된 영상은 한국어·영어·일어 자막 버전으로 총 3편이다. 영상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근로정신대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89) 할머니와 윤 씨가 함께 출연했다.

이 영상은 논란이 되고 있는 유니클로 광고와 비슷한 콘셉트로 촬영됐다.

이 영상에서 양 할머니는 일본어로 '잊혀지지 않는다' 팻말을 들고 등장하며, 한국어판 영상 에는 '유니클로 후리스 25주년' 대신 '해방 74주년'이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윤 씨가 "제 나이 때는 얼마나 힘드셨어요"라고 묻자, 양 할머니는 "그 끔찍한 고통은 영원히 잊을 수 없어!"라고 외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유니클로 광고에서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어요?라는 질문에 패션 컬렉터로 소개된 98세 여성이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 대답한 장면을 패러디하며 비판한 것이다.

한편 유니클로는 ‘위안부 폄하 논란’이 불거지자 유튜브 공식 계정과 방송사 등에서 이 광고의 송출을 중단했다.

유니클로는 2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광고는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한 글로벌 시리즈로,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안, 신념, 단체와 연관 관계가 없다”면서도 “많은 분이 불편함을 느낀 부분을 무겁게 받아들여 즉각 해당 광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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