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을 돈 이번 국감은 정부 정책을 검증하는 정책 감사는 실종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20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13일로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2일 시작된 후 전반전을 마친 셈이다. 하지만 국정감사 중간 결산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다.

이번 국감은 정부 정책을 검증하는 정책 감사는 실종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개원 직후 ‘조국 국감’으로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일 시작한 국정감사는 실제로 '제2의 조국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문화체육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모든 상임위 국감이 '조국 이슈'를 다뤘다.

한국당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 장관의 적격성 문제, 정무위에서는 조 장관 가족 사모펀드 의혹, 기획재정위원회는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상속세 미납과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을 제기했다. 문화체육위와 교육위에서는 조 장관 딸의 특혜입시·장학금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여야가 더욱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조 장관의 검찰개혁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민주당은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와 ‘피의사실공표’를 문제 삼았다. 조 장관 집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슈가 됐다. 이낙연 총리는 답변 과정에서 "여성 두 분만 있는 집에 많은 남성들이 11시간 동안 뒤졌다"는 내용으로 말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부와 여당이 검찰 수사에 압력을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진행된 대구고법 등에 대한 국감에서도 한국당은 조 장관의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법원이 민주당에 굴복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교육위원회에서는 조 장관과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자녀 특혜의혹에 대해 여야가 기 싸움을 벌였다. 10일 열린 서울대 국감에서 야당은 조 장관 딸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 장학금, 허위 진단서 관련 의혹 등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도 지지 않고 나 원내대표 아들의 연구포스터 작성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1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감에서도 조 장관 딸의 KIST 인턴 활동 관련 의혹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계속됐다.

정무위 국민권익위원회 국감에서도 야당은 가족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조 장관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는 게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 공직자 윤리에 저촉되는지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증인 없이 진행돼 반쪽 국감이 됐다

게다가 이번 국감도 막말과 고성, 면박주기 등 구태도 반복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7일 법사위 국감에서 여상규 위원장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순수한 정치문제다. 사법문제가 아니다. 검찰에서 함부로 손댈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수사 외압이라고 지적하자 여 의원은 "웃기고 앉았네 정말. X신 같은 게"라고 욕설해 논란이 일었다.

이어 8일 한국당 소속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종구 위원장도 혼잣말이었으나 참고인에 대해 "지X, 또XX 같은 XX들”이라는 욕설이 생중계 돼 도마 위에 올랐다

아울러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 역시 이재정 민주당 의원에게 "야, 너"라고 손가락질을 하며 고성을 질러 막말이 오가기도 했다.

여야는 남은 국감에서도 조국 국감에 치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20대 마지막 국감이 막말과 고성이 난무한 채 소모적인 논쟁으로 마무리 된다면 국감 무용론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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