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국 법무부장관 동생 조 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9일 새벽 기각했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 사건을 광범위하게 수사하는 검찰의 수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웅동학원 허위 소송 및 채용 비리 의혹을 풀 단서였던 조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청구된 조 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9일 새벽 기각했다.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주요 범죄(배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미 이뤄진 점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영장 기각 이유로 들었다. 여러 차례에 걸친 피의자 소환, 피의자의 건강 상태, 범죄전력 등도 고려했다.

조 씨는 일가가 운영하는 사학법인 웅동학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청구 소송이 사실상 '허위 소송'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웅동학원 교사 지원자 측으로부터 채용을 대가로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조 씨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모씨와 조 모씨는 모두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법원은 이날 기각 결정을 내리기까지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피의자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포기해 서면심리만으로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 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많다. 법조계 안팎에서 이번 영장 기각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조 씨의 경우 장시간 심리를 거쳐 이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기각 결정이 났다. 중요 사건인 만큼 영장전담 판사들이 논의를 거쳤을 가능성도 있다.

조 씨의 기각 이유를 살펴보면 주요 혐의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법원이 검찰에 무리한 구속 수사를 자중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법원이 별건 수가에 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는 검찰개혁 목소리가 높아진 시점에서 검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검찰 수사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검찰이 조만간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조 씨 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가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일단 조 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이 기각된 직후 "혐의의 중대성, 핵심 혐의를 인정하고 영장심문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등 입증의 정도, 종범(從犯) 2명이 이미 금품수수만으로 모두 구속된 점, 광범위한 증거인멸을 행한 점 등에 비춰 구속영장 기각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법원의 영장 기각을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오늘의 결정은 사법부의 수치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창수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살아있는 권력 앞에 대한민국의 정의와 상식이 이렇게 무너진다. 통탄할 일"이라고 일갈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불법적인 금품을 주고받은 관계에서 한 쪽만 구속시키는 것이 법 앞의 평등이라 할 수 있는가"라며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이 수사를 무리하게 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라며 "검찰이 상당히 엄중하게 영장 기각 사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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