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김명길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5일 오전 10시(현지시간)께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리딩고 섬에 있는 컨퍼런스 시설인 빌레 엘비크 스트란드(Villa Elfvik Strand)에서 비핵화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사진출처: NHK 화면 캡처)

(이진화 기자) 지난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7개월 만에 재개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또다시 결렬됐다.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 저녁(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국과의 회담을 끝낸 뒤 북한대사관으로 돌아와 "협상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양측이 좋은(good) 토론을 가졌다"며 2주일 뒤 회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NHK와 스웨덴 현지매체 다겐스 뉘히테르(Dagens Nyheter)에 따르면 김 대사는 "나는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며 취재진들에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그는 "미국은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며 협상 결렬의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김 대사는 "미국은 (협상장에)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우리를 실망시키고 협상의욕을 떨어뜨렸다"면서 미국 측으로부터 수용 가능한 제안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미국에 어떠한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분명히 설명했다"며 "그럼에도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유지 여부는 미국에 달려있다"며 미국을 질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협상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타개책을 심사숙고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또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이제 미국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의 모건 오타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김 대사의 발언은 8시간 반이나 진행된 "좋은 토론" (good discussion)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반영하지 않은 말이고 부장했다. 그는 “우리는 2주일 뒤에 다시 스톡홀름에 돌아와 대화를 계속해달라는 스웨덴의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오타거스 대변인은 "미국 대표는 이미 지난 해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회담의 합동성명에서 발표했던 항목들에 대한 실천 방안에 대해 여러 개의 새로운 안을 이미 검토해가지고 나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북한의 70년에 걸친 한국전쟁과 적대관계의 유산을 주말 단 하루의 회담으로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은 이날 오전 10시께 스톡홀름 외곽 리딩고 섬에 있는 컨퍼런스 시설인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Villa Elfvik Strand)'에서 협상을 시작했다. 김 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참석했다.

청와대는 6일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성과 없이 종료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대화 모멘텀이 유지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실무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지만, 북측 신임 대표단과의 협상이 시작된 점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북미) 대화의 모멘텀이 계속 유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6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북미 양측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여건 하에서 상대방의 의지와 요구 조건을 분명히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을 것으로 본다"며 "이를 바탕으로 조기에 추가 회담을 열어 상호간 입장 차이를 해소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는 냉철하게 지난 3년간 대북정책을 놓고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목전에 두고 현실부정, 정신승리가 아닌 실력과 성과를 보여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