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로동신문은 3일자 지면에 어제 오전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쳐/ 뉴시스

(박진우 기자)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며 무력시위를 감행하면서도 대미 자극 수위는 조절하는 모양새다.

오는 4~5일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향해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마지막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판은 깨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10월2일 오전 조선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새형의 탄도탄 시험발사는 고각 발사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앙통신은 “이번에 진행한 새 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 시험발사의 성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외부세력의 위협을 억제하고 나라의 자위적 군사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한 중대한 성과”라고 선전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참관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 매체가 그동안 김 위원장의 신형 무기체계 현지지도를 크게 선전한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북극성-3’형 시험발사 현장 참석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채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해 시험발사에 참가한 국방과학연구 단위들에 뜨겁고 열렬한 축하를 보내셨다”고 전했다.

북한은 실무협상을 목전에 두고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SLBM을 공개해 방위력을 과시하고, 미국이 ‘새 계산법’을 가져오지 않으면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LBM은 북한이 재래식 무기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으로 미사일 발사 지점을 노출시키지 않고 미국 본토를 은밀히 타격할 수 있어 위협적인 무기로 평가된다.
동시에 북한은 협상판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이 신형 SLBM 시험발사 현장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대미 자극 수위를 낮췄다는 관측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아서인지 중요도에 비해 기사도 상대적으로 짧다”며 “신형 SLBM이고 보도 제목으로 ‘자위적 국방력 강화의 일대 사변’이라고 뽑은 것만 보더라도 지금까지 그 어떤 신형무기 시험보다 중요할 터인데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극성-3’호는 앞서 개발된 북극성 계열 미사일보다 사거리 등 성능이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북극성-1·2호’의 사거리를 1300여㎞로 분석하고 있다.

합참은 전날 북한 발사체의 최대 비행고도는 910여㎞, 거리는 약 450㎞로 탐지했다. 북한이 고각 발사해 사거리를 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사거리는 더 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극성-3’형의 사거리를 최대 2000km로 추정하면서 북한이 보유한 가장 사거리가 긴 고체연료 미사일로 평가했다.

미국의 민간단체 ‘참여과학자연대’의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는 ‘북극성-3’형이 정상궤도로 발사됐을 경우 최대 비행거리가 1900km 달하는 준중거리미사일(medium range missile)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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