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들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비공개 소환했다. /뉴시스

(손성창 기자)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한지 27일 만에 비공개 소환했다.

정 교수는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불법 투자, 자녀 입시 비리 관련 사문서 위조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수사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오전 9시께 정 교수를 비공개로 소환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정 교수를 상대로 사모펀드 의혹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조 장관 5촌 조카 조 모씨는 이날 구속 기간 만료로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검찰은 조 씨의 추가 범죄혐의에 대해 수사를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에 따라 정 교수도 추가 조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정 교수는 또 자녀들의 입시 비리 의혹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6일에는 이미 딸의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자택과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를 반출하는 등 증거인멸을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자정을 넘겨 밤샘 조사를 하지 않고, 다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당초 정 교수를 통상적인 절차대로 소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른 피의자와 마찬가지로 검찰청사 1층 출입문을 통해 출석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취재진은 정 교수 소환 확인을 위해 매일 대기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 교수는 이날 취재진의 눈을 피해 지하통로를 통해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교수 소환에 높은 관심이 쏠리면서 1층 출석 시 불상사가 발생할 염려 등 수사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여권 등에서 조 장관 일가 수사 관련 경고성 메시지가 이어지면서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과 30일 연달아 검찰 개혁과 성찰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관 관련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검찰 개혁 방안 내용을 확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비공개 소환 검토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수사팀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수사는 일정대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가 검찰에 비공개 소환된 것을 두고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정 교수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적절한 조치"라며 검찰의 판단을 존중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관행상 피의자에 대한 공개소환, 포토라인 세우기, 심야조사 등은 피의사실 공표와 함께 개선돼야 할 대표적 사례"라며 "정 교수 비공개 소환이 피의자 인권을 존중하는 보다 선진적 수사로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정 교수 비공개 소환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며 검찰의 수사관행 개선을 주문했다.

반면 야권은 "황제소환", "맞춤 특혜" 등으로 비유하며 맹비난했다.

자유한국당은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한 황제소환"이라고 질타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당초 공개소환이었던 것에서 비공개로 전환된 것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유감이다"고 일갈했다.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준 '맞춤 특혜"라며 조 장관 부부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비난했다.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은 "지나침도 특혜도 없이 엄정하게 수사해주기 바란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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