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운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서정주 <국화 옆에서> 中-

 

국화를 심고 있는 손길들.

여의도를 걷다 우연히 국화를 심고 있는 손길들을 만났다. 각기 다른 빛깔을 가진 국화들이 행인에게 얼굴을 내밀기까지 이렇게 부지런한 손길들이 닿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빗물이 제법 땅을 적시던 날에도 보이지 않는 손들은 열심히 국화를 피워냈다. 길에 핀 꽃 한 송이를 볼 때마다 그 뒤에 숨은 수많은 손길이 떠오를 것 같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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