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시대적 흐름에 따라 법규가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해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를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진화하는데 정부와 국회 등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문화지체 현상이다.

이 때문에 해당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거나 안전성에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요즘 장애인들이 이동편의를 위해 수동 휠체어에 모터를 부착하는 문제도 그 중 하나다.

수동 휠체어는 직접 바퀴를 굴려야 하기 때문에 이동에 한계가 있고 오래 사용할 경우 팔 근육에 무리가 가기 일쑤다.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수동 휠체어에 모터를 부착하는 장애인들이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전동 휠체어가 200여만 원에 달하는데 비해 수동 휠체어에 모터를 부착하는 것이 훨씬 싸다.

게다가 전동 휠체어에 비해 회전 반경이 작아 가정에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가볍고 접을 수 있어 차량에 싣거나 집에 보관하기도 용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편리성까지 갖췄으니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하다. 의료기기 판매소는 물론 인터넷에서도 특정 키워드로 검색하면 쉽게 구매하거나 모터 장착을 의뢰할 수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수동 휠체어 전동화키트 보급사업’을 전개하며 지원하기도 한다.
문제는 모터를 장착한 수동 휠체어가 실외에서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동 휠체어에 비해 가볍다 보니 그만큼 무게감이 부족해 험난한 지형이나 커브 등을 돌 때 넘어질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도 “아무리 모터를 부착한 수동 휠체어가 가볍고 보관하기 편한 장점이 있다고 해도 전동 휠체어의 성능을 앞서진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법은 애매모호하다. 의료기기법은 휠체어를 사용할 때에는 허가 또는 인증을 받거나 신고 된 내용과 다르게 변조 또는 개조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휠체어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개인’이 사용 편의를 위한 변조나 개조는 허용하고 있다. 업체에서 모터를 장착하면 불법이지만 사용자가 직접 하면 합법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은 이동 편의와 불안전성이라는 경계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련법을 보다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모터를 부착한 수동 휠체어로 인해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와 더불어 전동 휠체어 가격이 비싼 것이 수동 휠체어에 모터를 부착해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라는 점에서 정부에서 전동 휠체어 구매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이동에 불편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보살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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