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KTX.

(박지혜기자)  뜨겁다 싶던 바람이 어느덧 서늘해졌다. 가벼운 바람에도 들녘이 흔들리고 푸른 잎들이 누렇게 익어간다. 영락없는 ‘가을’이 왔다고 말해주는 풍경이다.

꽃 진 자리에 피어난 갖가지 열매들도 서로의 뺨을 부비며 “어디든 떠나라”고 재촉한다. 엉겁결에 기차에 올라탄다. 여행 중에서도 가장 낭만적이라 할 수 있는 기차 여행을 택한 이는 나 하나뿐은 아닐 것이다.

여러 갈래로 조각 난 도로를 지나면 곧 들판이 펼쳐진다. 멀게만 보이던 산이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펼쳐지는 풍경에 한층 설렌다.

이런 낭만의 여행에서도 ‘유의할 점’은 꼭 도사리고 있다.

KTX나 SRT에서처럼 ‘같은 시간, 같은 선로’로 운행되는 열차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이용객들이라면 알겠지만, 주로 호남행 ‘여수’ ‘목포’ 또는 경부선 ‘경주’ ‘포항’ ‘진주’ ‘부산’ 등이 동시간 동선으로 운행된다. 두 대의 열차를 하나로 연결해 달리다가 대구나 익산에서 두 개로 분리돼 각각 다른 행선지를 향해 달리는 구조다.

하나의 열차가 두 개로 분리되는 이 상황이 바로 '유의점'을 안고 있는 구간이다. 자칫 칸을 잘못 탔다가는 자리는 물론 목적지까지 놓쳐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자리가 비었다고 "운이 좋다"며 무심코 좌석에 앉았다가 본래 목적지와는 전혀 다른 행선지로 가는 '불운'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열차를 탈 때 반드시 열차 번호와 지정 좌석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낭만을 찾으러 떠난 기차 여행에서 열차는 물론 추억까지 빼앗길 수 있으니 말이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