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1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이진화 기자) 한반도 정세가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변화의 계기를 맞고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주 유엔 총회에 참석한다. 이 시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보다 한미정상회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문 대통령이 서둘러 트럼프 대통령을 꼭 만나야 할 사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다.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긴밀히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한반도 평화를 향한 거대한 톱니바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관측한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 국내 한 언론은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G-7 정상회담 참석차 방문한 프랑스에게 "지난 주 김 위원장에게서 편지를 받았다"면서 편지가 "세 페이지 가득한 내용"이라고 자랑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공개 친서를 보내 3차 북미정상회담과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러한 친서가 얼마 전에 있었다고 하는 것은 미국 측으로부터 상세히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친서 이후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이 줄곧 요구해온 핵 실무회담 개최에 조건부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최 제1부상은 미국이 '새로운 접근법'을 가지고 나오라고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개최키로 동의한 핵실무협상이 순탄히 진행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북 강경파 볼턴을 경질했다. 따라서 북미 간 실무협상은 조만간 열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성사 여부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 미수교 적성국가인 북한을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는 일은 북한에 사실상 면죄부를 안기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이 주도해온 대북제재가 무력화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한 김 위원장이 미국 조야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판단이 서야 평양을 방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평양 방문이 재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한 일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평양 방문 여부를 놓고 한창 저울질을 하는 중으로 보인다. 문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한반도 평화정착의 촉진자' 역할을 자임해온 문대통령으로선 필생의 과업을 진전시킬 수 있는 호기를 맞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적극 권유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처럼 호전되는 한반도 기류를 최대한 증폭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설 전망이다. 다음 주로 예정된 아홉 번째 한미정상회담이 첫 계기가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북한이 차단해온 남북 교류도 재개되는 여건이 조성될 수도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수보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그 역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평화경제로 공동 번영의 미래를 당당하게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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