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왼쪽부터)

(이진화 기자)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2심 재판을 전부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이로써 이들은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와 다른 공소사실을 합쳐 형량을 선고한 것이 위법하다는 법리적 이유에서, 이 부회장은 최 씨 측에 건넨 뇌물액과 횡령액이 2심 때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이유다.

이들의 형량은 다시 열리는 2심(파기환송심) 재판을 통해 결정된다. 이 부회장은 2심 때보다 인정된 범죄혐의가 늘어났기 때문에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경우에 따라 다시 구속될 수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특가법상 뇌물 혐의는 분리 선고돼야 하지만, 하급심에서 경합범으로 합쳐 선고한 만큼 다시 판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고, 2심은 일부 뇌물 혐의를 추가로 유죄 인정해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 원으로 형을 가중했다.

대법원은 최순실(63)씨에 대해 '승마지원' 등 뇌물 혐의를 유죄로 확정했다. 다만 대기업 상대 재단 출연금 모금 과정에 강요는 없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최 씨가 딸 정유라(23)씨 승마지원 과정에서 받은 마필 3마리 모두 뇌물이 맞다고 판단했다. 삼성과 최씨 사이 말 소유권 이전에 관한 의사 합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삼성과 박 전 대통령 사이 삼성 승계 작업 관련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도 인정했다. 이를 토대로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도 뇌물이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 재단에 지원하도록 한 건 강요로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대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강요하고, 삼성으로부터 정씨 승마지원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최 씨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 및 추징금 72억원을 선고했으며, 2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으로 형이 일부 가중됐다.

변호를 맡았던 이경재 변호사는 상고심 선고 결과에 대해 "포퓰리즘과 국민정서에 편승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또 삼성 내에서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 작업'이 이뤄졌음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삼성 차원에서 조직적 승계 작업이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며 "승계 작업과 그에 관한 대통령 직무 및 제3자 제공되는 이익 등 사이 대가 관계가 인정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계 작업 자체로 대가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각각의 현안과 대가 관계를 특정해 증명할 필요는 없고, 그런 현안이 발생해야 하는 것만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부회장 재판부는 승계 작업이 존재하지 않았고, 명시적·묵시적 청탁 또한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결국 이 부회장의 뇌물 및 횡령액이 36억3484만원만 인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승계 작업의 존재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영수 특검은 대법원의 "이재용 승계·마필 뇌물 인정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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