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봉오동전투, 김복동, 주전장./뉴시스

(이진화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독립군 무력 항쟁을 그린 영화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14일), 광복절, 작품의 완성도와 진정성 등 여러 요소가 맞아떨어져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다룬 영화 ‘김복동’(감독 송원근)과 일제강점기 봉오동 전투를 소재로 한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가 그 영화들이다, 또 일본계 미국인 감독이 위안부 문제를 다룬 ‘주전장’에도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김복동’은 개봉 닷새 만에 관객 3만 명을 넘어섰다. 12일 기준 3만3244명이 관람했다. 독립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상영관(666관)과 상영 횟수(2600회)를 감안하면 놀라운 흥행 성적이다. 

‘김복동’은 김복동 할머니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한 27년간의 기나긴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9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인권운동가, 평화운동가로서의 면모를 감동적으로 그렸다.

관객들의 호응은 뜨겁다. 포털사이트 관람객 평점(네이버 9.94), CGV 골든 에그지수 전 세대 99%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네티즌들은 “우리가 많이 들었어도 더 듣고, 또 듣자, 다시 듣고, 계속 듣자”, “나의 무지함에 서러워서 울게 되는 영화”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은 “일제강점기 때 피해를 보신 불쌍한 할머니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보기 전에는 안다고 말하지 말라. 용기의 영화, 꼭 극장에서 보라”고 추천했다.

‘봉오동 전투’는 12일 21만9971명이 관람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지난 7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은 225만4470명이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담은 작품이다. 원신연 감독은 시사회에서 “일제강점기가 피해의 역사만 있는 게 아니라, 저항의 역사와 승리의 역사도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전장’도 꾸준히 관심권에 있다. 개봉 2주 만에 관객 2만 명을 돌파했다. 원래 30개관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한일 관계 속에서 상영관이 늘어났다.

‘주전장’은 미키 데자키 감독의 다큐멘터리이다. 위안부 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한국인, 일본 우익, 미국인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각 나라에서 위안부 이슈가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일본 우익 인사들의 관점은 무엇인지를 비교하면서 살펴볼 수 있다.

서성희 영화평론가는 “‘주전장’은 위안부 이슈가 이념 전쟁의 최전선에 있으며 그곳에 녹아있는 사상, 신념, 그리고 논리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개인 대 기업 간 민사소송을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려는 아베 총리의 깊은 속내와 전략의 기원을 알게 해주는 영화”라고 설명한다.

미키 감독은 한국, 미국, 일본을 넘나들며 3년에 걸친 추적 끝에 이 영화를 제작했다.

반면 일본 영화는 직격탄을 맞았다. 14일 개봉 예정이던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는 개봉이 연기됐다. ‘도라에몽’측은 “최근 양국 간 분위기로 인해 관객 수가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언제 개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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