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씨가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고유정(36) 씨에 대한 첫 공식 재판이 12일 열렸다. 고 씨는 사건 발생 80일 만에 법정에 섰다. 이날 오전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 수감번호 38번이 쓰인 연두색 죄수복을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정봉기)의 심리로 열린 고 씨의 1차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일방적 주장과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며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기를 바란다”며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고 씨 측은 즉각 반발했다. 특히 변호인은 피해자가 변태성욕자였다고 주장했다. 고 씨의 살인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가 성폭행을 시도한 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자기 방어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유정이)피해자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다”며 “피해자의 변태적인 관계 요구에 고 씨는 사회생활을 하는 전 남편을 배려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의 몸에 난 상처는 피해자로부터 강간 시도를 피하려는 과정에서 입은 것”이라며 “졸피뎀을 먹였다면 이런 상처가 나지 않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 측 공소사실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방청객들은 ‘말도 안 된다’, ‘그만 읽어라’라고 고함을 질러 재판장의 제지를 받았다.

고 씨는 이날 교도관의 안내를 받으며 법정에 들어섰다. 방청객에 앉아 있던 피해자 가족들 가운데 일부는 격해진 감정을 드러내며 험한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고 씨는 재판부를 향해 몸을 돌려 않은 자세를 공판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며 얼굴을 가리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침착함을 보였다.

검찰은 “피해자 면접교섭권 대응으로 분노를 느낀 고유정이 불안한 재혼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살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읽는 동안에도 고 씨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변호인의 모두진술 중간에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짓기도 했지만, 차분히 공판에 임했다.

검찰은 추가 감정한 이불 등에서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 성분을 검출, 고 씨의 계획범죄를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사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의 잘못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며 고 씨 측 변호인에게 경고성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공판이 끝난 뒤 피해자 강 모(36)씨 유족들은 “한 편의 소설을 본 것 같다”며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피해자의 동생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고 씨 측 변호인에 대해 큰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며 “형님의 시신을 찾지 못해 죄책감 속에 살고 있다. 형님의 명예를 되찾고 고 씨가 극형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 변호를 맡은 강문혁 변호사는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은 넘어서는 안 된다”며 “지난 공판 준비 기일에서 인정한 살인 범행까지 부인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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