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빙상연맹은 임효준 선수를 대표팀훈련에 제외한 것이 옳은 판단인가?

임효준이 빠진 쇼트트랙 대표팀이 선수촌에 복귀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피해 선수와 가해 선수의 분리 원칙이 우선이기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옳은 결정이었을까.

대한빙상연맹 관리위원회는 4일 오후 비공개 회의를 열고 대표팀 훈련 중 생긴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심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회는 장권옥 감독과 임효준, 황대헌 선수를 불러 진술을 듣는 등 약 5시간 가까이 회의했지만 진술이 엇갈려 결국 처분을 내리지 못했다.

대한빙상연맹은 객관적인 자료를 추가로 확보하여 이를 면밀히 검토한 뒤 관리위원회를 다시 열어 징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임효준 선수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황대헌 선수에게 거듭 사과 중이라고 했다. 황 선수는 무방비 상태에서 바지가 벗겨져 여자선수들에게 노출 돼 충격을 받았다고 거듭 말하고 있다. 그러나 노출 수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선수들은 "바지가 다 벗겨지지 않고 약 10여cm만 내려가 팬티가 살짝 보일정도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 선수들도 "임효준 선수가 황대헌 선수에게 평소와 같이 장난을 친 정도인데, 성적인 수치심을 줄 정도라고 생각하는 동료 선수는 한명도 없고 장난에 불과한 정도였다"고 이구동성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 조치 전 임 선수의 대표팀 제외 조치는 황 선수의 정신적 충격을 고심해 내렸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정작 임 선수는 이미 성희롱 가해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셈이 됐다. 사건의 잘잘못이 정확히 가려지기 전 황 선수 위주의 보도가 나가면서 임 선수 또한 누리꾼들의 악플에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징계 수위가 정해지기 전까지 두 선수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금해야 할 것이다.

연맹은 객관적으로 본다고 해도 결정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두 선수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 연맹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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