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오전 가족들과 제주의 '명물식당'을 방문해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개인 일정”이라고 설명했고,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그러니까 국민들이 대통령을 못 믿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 페이스북.

(박진우 기자) 무역 규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 중국·러시아와의 군사 마찰 등 비상시국이 이어지면서 대통령, 청와대 참모, 국무총리, 국회의원의 휴가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여름휴가 취소는 문재인 대통령이 맨 처음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가지 않기로 했다. 당초 29일부터 닷새간 여름휴가를 다녀올 예정이었다.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취소한 것은 최근 일본·중국·러시아 등 4강국과의 외교 갈등과 북한의 신형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외교 현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휴가 마지막 날인 다음달 2일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골자로 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때 대통령 차원의 즉각적인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률안 처리 등 당면한 현안들을 대통령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 해였던 2017년 7월28일에는 휴가 출발을 앞두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있었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주재 뒤 예정된 휴가를 떠난 바 있다.

문 대통은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를 하고 있다. 직원들의 계획된 휴가 사용 등의 상황을 고려해 29일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는 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화이트리스트 발표 여부에 대비하며 외교, 국정 현안들에 대해 보고 받고, 집무실에서 업무를 볼 예정"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취소하면서 "직원들의 예정된 휴가에는 영향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청와대 참모진들의 휴가 일정도 변동되고 있다.

휴가를 떠난 참모진들은 일정을 앞당겨서 복귀하거나, 혹은 아예 휴가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부분 조정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청와대에 계시면 최소로 진행되는 일정들이 있기 때문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 휴가를 낸 고민정 대변인은 앞당겨 주중 복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금주 휴가를 쓸 예정이었지만 29일 출근했다. 고 대변인과의 일정 조정 후 휴가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유송화 춘추관장도 일정을 하루 앞당겨 30일에 출근할 예정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다음 달로 예정된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다음달 8일부터 14일까지 1주일가량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었지만 휴가를 반납하고 정상근무하기로 했다. 이 총리는 한·일 갈등 악화에 대비해 정상근무를 하며 현안을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한일관계가 민감한 시기인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관련 동향을 보고받으면서 일본 측과 접촉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의당이 29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 배제 등 추가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의원단 차원에서 휴가를 전원 반납키로 했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대표인 저를 포함해 의원단 전원이 휴가를 취소하고, 일본의 2차 도발에 대한 비상대응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오는 8월2일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일본 아베 정부의 2차 도발이 예고되고 있다"며 "이제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동북아 외교·안보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삭제는 일본이 더 이상 한국을 동북아 안보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에 이 경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치권이 앞장 서야 한다"며 "정의당은 첫째도 국익, 둘째도 국익, 셋째도 국익 관점에서 국민과 함께 총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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