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늪의 청초 위로

 

풀벌레 울음 울면

파 빛으로 누리, 어둠 일렁이는데

어릴 적 꿈으로 살던

누옥의 마루귀 댓돌 아래선

듬성이는 풀잎 빗소리 내고 서다.

 

봉창가 물들인 추억의 벽공

처연히 치어다보는 비릿한 회한 뒷켠 -

정겨운, 너무나 정겨운

휘파람새 맑은 입김

 

그 뜨거운 만남

노을 유난스레 아름다웠던

내포늪 상심의 풀숲에 바람,

지금도 끊임 없이 불어 와

사각이는 소리 내고,

 

누군가 그 풀숲 주인이라 하여

그 땅 위에 있는

바람의, 공기의, 햇볕의, 하늘의 주인이라 감히 할 수 있는가.

 

그 풀숲에서 살아나는

꿈이, 사랑이, 평화가, 그리고 영원의 이 소리가

자기 거라 할 수 있다던가.

 

시의 창

무릇 애국이라는 것이 어떤 심오한 철학이나 거룩한 행적이 뒤따라야만 실현되는 것이고, 남들에게 보여져야만 그 절대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면, 이미 애국을 할 사람들의 명단은 미리 선별되어져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잘 나고, 많이 배우고, 위상이 높고, 여러 가지로 앞서가는 사람들이 당연히 애국자의 앞 순번을 차지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애국은 그런 것이 아니다.

조용한 뒷자리에 위치하며, 어두운 그늘과 소외된 사람들의 곁에서 작은 울림으로 살아서, 더불어 숨을 쉬는 것이 진정한 애국의 숨결이다.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소박한 마음에서, 궂은 일에 솔선수범하여 나서는 봉사의 마음에서, 진정으로 이웃을 아끼고 사랑하는 겸양의 마음에서, 그리고 중단 없는 전진으로 우리의 후손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나라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각오를 갖고 땀 흘리는 근면의 마음에서, 바로 진실한 애국의 마음이 싹터 오르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5,000년을 이어오는 장구한 역사 중에 무려 900여 차례나 크고 작은 외세의 침략을 받아왔다.

그러면서 단 한 번도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범한 적은 없다는 게 진솔한 역사의 기록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예의를 중시하며, 기본 성품이 조용하기만 한 선비의 나라이면서, 홍익인간의 구현을 효시로 삼아 이어온 역사이니, 당연히 우리나라가 먼저 전쟁을 감행하거나 국경을 넘어 도발을 자행한 역사가 있을 리 만무하다.

자고로 역사는 위대한 것이다.

그러한 역사 속에는 고난과 역경의 숱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또한 역사 속에는 끊임없는 도전과, 앞으로 향해 나아가는 불굴의 의지가 담겨있다.

이웃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근황이 이른 바 점입가경이다.

일찍이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구촌의 그 어떤 나라도 행하지 않는 전무후무한 정책을 펼치면서 독선의 길로 치닫고 있다.

소위 강대국이라고 불리는 몇 나라들도 각각 자국의 이해관계에만 치중하면서 선린 외교의 근간을 망각하고 있다.

분단된 땅을 공동의 터전으로 삼고있는 남과 북의 대치는 좋았다 나빴다 하면서 마치 살얼음판처럼 위태롭다.

지금의 세계는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꼬여있다.

특히 때가 때이니 만큼 요즈음 들어 본의 아니게, 국내외적으로 국가의 존엄성과 국력의 신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각종 중차대한 미해결 사안들이 우리 앞에 산적해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한 마음으로 뜻을 모아 분열된 국론을 결집하면서, 축복받은 미래를 건설하는 데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많고 적은 일들을 수없이 경험했다.

때로는 웃음이 나올 만큼 기분 좋은 일들도 있었지만 또 때로는 울고 싶을 만큼 나쁜 일들도 부지기수로 많았었다.

그러나 우리는 나쁜 기억이나 불행한 사건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나쁜 일들을 통해서 더 좋은 것이 되게 하려는 의지가 있어야만, 궁극적으로는 또 하나의 진취적인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는 당장 나타난 결과만 보다가 그 앞에 다가올 기쁨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며 산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시 시작만 하면 된다.

그것이 미래로 향하는 우리 삶의 약속이며, 종국에는 애국의 작은 실천으로 가는 첫걸음이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독일의 초대 총리이자 정치가이며, 섬세하고 날카로운 지성과 표현력으로 독일 최고의 저술가로도 꼽히는 ‘비스마르크’가 한 번은 자기 아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오늘 한 일에 대해 내일 다른 사람들의 여론을 들어보면 태반이 부정적이다.

그러니 남의 칭찬을 듣는다고 기뻐할 일도 못되고, 남의 비난을 들었다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다.

인간이란 본디 잘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더러는 후세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사람도 있으나 지극히 어리석은 생각이다.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도 내 마음을 알아주기 힘든데 어떻게 백년 후, 천년 후의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아준단 말인가?

그러므로 나는 다만 하늘만이 내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고, 누가 나를 칭찬하거나 욕을 하든 그런 것에는 일절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독일의 총리대신이라는 어려운 일을 맡아보고 있는데, 만일 하늘의 게시가 없다면 나는 이 괴롭고 어려운 일을 단 사흘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세상의 칭찬에 너무 관심을 두지 말아라.

오직 너 자신의 긍지와 하늘의 판단에 맡기도록 힘써라.”

사람들은 현재 자기가 알고 있는 몇 가지 사소한 것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들이 모르고 있는 수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마음을 쓸 여유조차 없이 살아간다.

사람에게 받는 칭찬은 자칫하면 자만에 빠질 위험이 있으며, 사람에게 받는 비난은 자기부정의 위험 요소를 갖게 만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늘의 사명으로 믿고 최선을 다한다면, 현재의 보람은 마음 속에 기쁨과 감사로 자리하게 되고, 훗날의 칭찬은 지워지지 않는 약속으로 예비되어 있을 것이니, 그런 삶의 자세야말로 바람직한 애국의 길이고 역사에 기록되는 위대한 삶의 궤적이 아니겠는가?

미국 대학농구 선수권대회에서 6번 우승을 이끈 ‘팻 서밋’ 감독은 하프타임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하프타임이 되면 일단 선수들끼리 게임에 대해 토의하고 반성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게임에 대해 제일 많이 느끼고 할 말이 많은 사람은 바로 선수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소통의 효과는 리더의 말이 아니라 소통의 자유로움에서 나온다.

진정한 리더의 마인드로 대중의 자유를 유지시켜주는 마음이 자라나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바로 애국의 마음이다.

그렇다, 애국은 바로 이런 것이다.

있는 자리에서, 놓여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여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욕심 없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앞을 향하는 것이다.

당장의 평판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초지일관 자신의 정한 목표로 나아가는 것이다.

정치가이기 때문에, 사회의 지도층이기 때문에, 공직자의 신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타성적이고 피상적인 행동이 아니라, 그보다 더 원천적이고 근본적인 자각, 즉 우리나라에서 숨을 쉬고 삶을 영위하는 이 땅의 국민이고 주인이기 때문에, 마땅히 지녀야 할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 삶의 자세가, 필자가 굳게 믿고 있는 진정한 애국의 기본이다.

애국은 생각 보다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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