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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기자) 중국의 폭격기 2대와 러시아 폭격기 2대·정찰기 1대 등 5대가 동해상을 연합 비행하며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수차례 무단 진입했다.

특히 러시아 정찰기 1대는 독도 인근 영공을 두 차례나 침범해 군이 F-15K 전투기를 출격시켜 360여발의 경고 사격을 했다.

합참 관계자는 23일 “오늘 오전 KADIZ를 무단 진입한 중국 군용기는 H-6 폭격기 2대, 러시아 군용기는 TU-95 폭격기 2대와 A-50 조기경보통제기로 1대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오전 7시 전후로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합류해 남하하는 과정에서 KADIZ에 진입했다. 이들 중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했다.

군은 제주 서남방 이남과 동해 NLL 북방에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를 포착할 때부터 공군 F-15K와 KF-16 전투기 10여대를 긴급 투입해 전술 조치에 나섰다.

군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에 대한 추적 및 감시 비행과 차단기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A-50 1대에 대해서는 플레어(Flare, 적외선 유도 미사일을 교란하는 불꽃)를 발사하고, 경고 사격을 하는 등 응당 조치를 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공군 F-15K 전투기는 러시아 A-50이 1차로 영공을 침범하자 미사일 회피용 플레어 10여발과 A-50 전방 1㎞ 거리에 기관포 80여발을 사격했다. 이어 2차로 영공을 침범했을 때는 플레어 10발과 기관포 280여발을 추가로 쐈다.

합참 관계자는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조기경보기가) 일정한 고도와 속도로 비행했고 (우리 전투기의 대응에)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등 적대행위는 하지 않았다”며 “경고사격을 하는 것으로 전술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시간은 1차 3분(오전 9시1분~9시4분), 2차 4분(오전 9시9분~9시12분)으로 총 7분 정도로 확인됐다. 독도를 기점으로 7노티컬마일(약 12.9㎞)과 8.5노티컬마일(약 15.7㎞)까지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공을 침범한 타국 군용기를 향해 우리 전투기가 경고 사격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KADIZ에 진입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참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군 전투기는 KADIZ를 무단 침입한 중국 폭격기에 대해 20여회, 러시아 폭격기와 조기경보기에 대해 10여회 등 30여회 무선 경고통신을 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고 합참은 전했다. 중국 측이 단 한차례 ‘국제법상 문제가 없는 비행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공은 해안선에서 바다로 12해리(약 22㎞)까지인 영해와 영토의 상공을 의미한다. 미식별 항적을 조기에 식별해 영공침범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국가별 임의로 설정한 방공식별구역과는 다른 개념이다.

전투기나 미식별 항공기가 무단으로 KADIZ에 진입하면 경고 방송과 함께 대응 출격을 하지만, 영공을 침범하면 경고 이후 통제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격추할 수 있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폭격기가 국제규정을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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