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대학 신입생 시절 나는 술이 약했다. 신입생 환영회나 축제 등 술 마시는 자리들이 참 고역이었지만, 그래도 축제 때 운동장 주점에서의 막걸리 한잔은 지금도 가끔씩 생각나는 추억이다.

요즘은 대학 축제에서 술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학교 내에서 음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고 밝은 축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솔직히 축제는 곧 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는 보편적 상식 속에서 결과적으로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자 한 취지와는 다르게, 술파는 이동식 손수레가 등장하고, 학교 앞에서 대신 구매해서 가져다주는 구매대행도 나타났다고 한다.

학교에서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학생회 운영비의 창구만 없애고 음주량의 결과는 같은데, 규제가 원래 취지를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그 규제가 성공했다고 해야 할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야 할지 솔직히 판단은 잘 되지 않는다.

이렇듯 무언가를 했지만 의도하는 바대로 되지 않거나, 의도와는 다른 결과로 나타나거나 또는 하기는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는 정책들을 자주 보게 된다.

우리 헌법 제121조는 ‘경자유전의 원칙’이다.

농지의 소유자격을 원칙적으로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했고, 농지법 제6조 1항에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농지마저 무분별한 투기로 국가의 가장 기초 생존권인 식량 자급이 위협받고, 조선시대처럼 농촌이 소작농화 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

그런데 소작을 금지하기위해 헌법에 토지 소유규정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조선시대나 일제 때보다도 더 심각하게 소작농이 많다.

우리 역사에 가장 치욕적인 경술국치의 해인 1910년 말에는 전체 농지의 40%가 소작농이었다. 놀랍게도 107년이 지난 2017년에도 전체 농지의 51%가 소작농지이고, 농부들 중 60%는 임차농이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주말농장이라는 명목으로 농지를 갈기갈기 찢어 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었고,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지상속을 인정하고, 4대강 친수구역개발 등 이러저러한 편법을 만들어 헌법을 유린하고, 심지어 국회의원의 1/3이 불법과 편법으로 농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청문회를 나가는 고위층은 다 농민 출신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농지를 취득하려면 기본 자격이 있어야하고, 농지를 취득해서 농업을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즉시 환원해야하며, 농업을 하지 않으면 상속 할 수 없도록 규제하면서까지 농지를 지키는 유럽은 과연 농정의 후진국이어서 그리 한 것인지 묻고 싶다.

세계 많은 국가들은 농지를 보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보다 190배 이상 농지가 넓은 미국도 농지의 개발권을 판매하더라도 우량 농지는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농지보전 지역권 매입제도’ 등을 통해 농지를 보존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은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우리 국민들 특히 촛불로 탄생한 이 정부는 더 잘 알고 있는 조항이며, 불법, 탈법, 편법으로 헌법을 유린하는 세력들로부터 권리와 민주를 찾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딛고 선 정부라고 알고 있다.

그 희생 속에서도 찾고 지키고 싶었던 것이 그것이었듯 동학혁명 때도 지금도 농부들에겐 농지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권리가 곧 헌법 1조 2항과 다름없다.

만일 지금의 정치와 관료들이 농업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농업도 ‘목표’라고 생각한다면, 정치와 정부는 부디 헌법 121조 경자유전의 원칙을 다시 한 번 잘 읽어봐 주기를 간절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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