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선영(오른쪽 네번째) 해직 아나운서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첫날 진정을 제기했다.

2016~2017년 MBC에 입사한 후 계약 만료로 퇴사했다가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받은 아나운서들이다.

이들은 법률 대리인,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힌 뒤 진정서를 제출했다.

류하경 법률사무소 휴먼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MBC는 아나운서들을 기존 업무 공간에서 격리하고 아무런 업무를 주지 않으며 사내 전산망을 차단하는 등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광장에서 공정방송을 만들자며 함께 했던 MBC가 똑같은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회사부터 이들에 대한 괴롭힘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아나운서는 “지금까지는 회사에서 부당한 차별 등을 당했을 때 신고할 조항이 없었지만 이번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다”며 “우리의 부당한 상황을 사회에 호소하고자 이 자리에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아나운서는 “법원 판결 존중하라, 일을 달라, 격리시키지 말라는 것은 우리가 한 말이 아니다. 선배들이 했던 말”이라며 “저희는 선배들이 한 말 그대로를 전하고 있는데 들어주지를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우리가 복귀했을 때 회사는 업무를 줄 계획이 없다고 했다. 왜 다른 층에 머물러야 했는지를 물었더니 서로 불편하니 여기가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면서 “선배들이 저희를 불편해하실지 모르겠으나 저희는 그렇지 않다. 혹여 섭섭하고 불편해도 서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아나운서는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MBC가 뽑은 계약직들이다. 당시 MBC는 노사 갈등을 겪던 상황이었는데, 2017년 12월 최 사장 취임 이후 경영진이 교체됐고 이들은 지난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후 이들은 사측과 해고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다툼을 벌였다.

아나운서들은 지난 3월 서울서부지법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5월21일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가처분 인용 이후인 5월 27일부터 회사에 출근했으나 별도의 공간을 배정받고 사내망 접근을 통제받았다는 것 등이 이들의 주장이다. 해고무효 확인 소송은 진행 중이다.

MBC는 이날 진정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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