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다가올 날은 어떤 삶이 펼쳐질까 어느 정도의 불안과 두려움도 있지만 평범한 일상의 어느 순간순간에 가슴 깊이 울려오는 감동이 있어 보다 나은 자신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난 세월이란 걱정이나 탈이 없듯 순리로서 느껴지는 것이며, 잘못을 뉘우치며 조용한 슬픔과 반성으로 찾아오게 된다. 그 조용한 슬픔과 반성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소중한 바탕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날이 있었기에 현재와 미래가 있고, 좋았든 안 좋았든 과거의 새김질 위에 현재도 미래도 탄탄해질 수밖에 없다. 살다보면 이것이라 드러내 놓고 얘기할 특징이나 매력이 있든 없든 생각하면 기분 좋고, 돌아서서도 그 여운이 감도는 듯한 지난날들이 어찌 그립지 않으랴. 그 그리움의 장소에서 잊히지 않을 추억을 찾아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간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우리가 진실로 찾아내야 하는 건 저 산등성이 가장 높은 곳, 한 자락 흰 구름이 뜻깊게 걸려있을 듯, 그윽하고 멋진 느낌을 지닌 가장 인간적인 향기일지도 모른다.

계곡의 이끼 같은 삭고 삭인 말로 친구와 포도주는 묵을수록 좋다지만, 한번 사귄 인연은 변함없이 향기로운 여운이 남는 만남이 되도록 해야 한다. 사람과의 사귐에는 참으로 원치 않게, 알게 모르게 서로가 상처를 주고받게 되지만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우정도 미움도 덧없고 속절없는, 그리움과 연민으로 나타랄 수밖에 없다.

얼룩진 삶의 과정은 끊임없이 아픔과 괴로움을 겪고, 치료하고, 다시 손상을 입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삶의 상처에서 보석 같은 삶의 지혜도 태어나는 것.

마치 상처진 조갯살에서 진주가 태어나듯, 지난 세월이 현재와 미래의 자산이 되려면 진주를 만들 수 있는 상처가 있어야 하며, 그 상처에서 삶의 진국이 묻어나야 한다. 삶의 진국은 체험만이 가져다주는 진실이며, 깊고도 깊은 심층적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지난날을 사랑하며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건 자신에 대한 사랑이고 연민이며 반성이다. 상처가 아물면 진주와 같은 보석, 삶의 지혜와 인생의 경륜은 쌓여만 가겠지.

그래서 과거는 소중한 자산이 되며 우리의 나이가 어디쯤에 이르렀든지 삶의 깊이를 위해 현재와 미래에 대한, 미래의 과거가 될 현재를 사랑하고 과거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고자 현재를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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