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화 기자) 한국과 일본의 수출 규제를 둘러싼 갈등은 이번 주가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중재위원회 설치 요청에 대한 답변을 18일까지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이 중재위 설치에 응하지 않으면 일본 정부는 무역규제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추가 조치는 어떤 식이든 한일갈등 해결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여러 가지 대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중재위 설치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19일 강제징용 판결 문제 논의체로 제3국을 통한 중재위를 구성할 것을 한국 정부에 제안했다. 이후 18일까지 중재위 설치가 수용되지 않으면 추가 보복조치가 단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흘려왔다.

일본 정부는 송금 제한, 비자 발급 정지 등을 보복조치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산물에 이어 한국산 농산물에 대한 수출 장벽을 높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ICJ 제소는 일본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초강수 카드다. 한국이 청구권 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인 외교 협의→중재위 구성→제3국 중재위 구성을 모두 거절했기 때문에 ICJ에서 시비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국은 ICJ 강제관할권을 채택하지 않아 일본의 제소만으로 소송이 시작될 수 없다. 하지만 국제 사회를 상대로 일본이 여론전에 나서면 한국 정부로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는 어렵게 된다. 이에 따라 그간 수면 아래에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사할린 강제이주, 원폭 피해, 독도 영유권 등 과거사 문제가 기폭제가 돼 한일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중재위 설치 요청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일본의 강경대응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금이라도 중재위 제안을 수용해 추가 보복조치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무역 갈등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는 정부 대응태세로 미뤄볼 때 중재위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게 관측된다.

정부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면 최대 1100여개의 품목에 대해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관련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에 최대 3000억원까지 편성해 소재부품 산업 육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전국경제투어 일정 중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밝힌 것도 일본의 보복조치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30일 내에 중재위 설치에 응해야 한다는 것은 일본이 정한 자의적인 시한”이라며 “외교적 협의를 더 시도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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