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국내 방송에 출연한 유승준. 사진=아프리카TV 캡처. /뉴시스

(이진화 기자)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가요계 주역에서 ‘병역 기피의 대명사’로 전락한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43)이 입국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 씨에게 한국 비자를 발급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유 씨가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유 씨는 2002년 1월 해외 공연 등 명목으로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곧 유씨가 병역 기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병무청장은 “유 씨가 공연을 위해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했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입국 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입국금지 결정을 내렸다.

10여 년 간 한국에 돌아오지 못한 유 씨는 2015년 10월 LA 총영사관에 비자를 신청했고, 영사관은 유 씨 아버지에게 전화로 “입국 규제 대상자에 해당해 사증발급이 불허됐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유 씨는 “재외동포는 입국금지 대상자 심사 대상이 아니며, 재외동포 체류자격 거부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아 비자 발급 거절은 부당하다”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유 씨가 입국금지 결정 제소기간 내 불복하지 않아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됐다”면서 “입국금지 결정에 구속돼 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유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은 공식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된 게 아니라, 행정 내부 전산망에 입력한 것에 불과하다”며 “항고 소송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옛 재외동포법상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도 38세가 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외 동포 체류 자격 부여를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유 씨는 1997년 1집 ‘웨스트 사이드’로 가요계에 입문한 뒤 남성 댄스가수로는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의 모습을 보이면서 입대 의사도 내비쳤는데, 실제 2002년 1월 입대를 앞두고는 미국으로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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