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성-품질 탁월 상인들 인기-수확팀 숙식 등 지역경제 활력

배추 가치 제고 새 브랜드 제작 추진-농가 지원방안 적극 마련

(김귀열 기자) 한낮 더위가 30도를 오르내리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을 맞이하여 영양군에 있는 배추밭은 분주하다.

후텁지근한 낮 시간대의 날씨와는 달리 아침, 저녁으로는 아직 차가운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기온차가 심한 요즘, 영양에서는 봄배추 수확을 맞아 더운 날씨를 피해 새벽부터 외지에서 온 배추 수확꾼들로 시끌벅적 흥이 가득하다.

대개 다른 지역보다 평균기온이 2~3℃ 높고, 봄 일조량이 좋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일찍이 시설재배 봄배추가 출하되고 있으며,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양은 기온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6월말에서 7월초에 접어들면 노지에 재배된 배추들을 전국 각지로 출하할 채비를 마치며 하루가 다르게 자란 배추들이 수확꾼들의 손길을 맞이하게 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배추의 보고

사실 영양하면 대표적인 농산물로 고추나 사과를 주저 없이 꼽는다. 그만큼 전국에서도 영양 고추와 사과의 우수성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영양에서 배추 재배가 많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배추는 대체로 고랭지 배추를 생각하여 높은 고지대가 많은 강원도산 배추를 많이 생각하기 떄문이다. 해발 600~700m의 강원도 고지대에 펼쳐진 고랭지 배추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영양군 석보면 일대에 펼쳐진 노지의 배추밭도 이에 못지않게 수확철을 맞아 장관을 이루고 있다.

특히, 석보면 요원리 및 삼의리 일대 풍력단지 근처에는 엄청나게 넓은 배추밭이 자리하고 있어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탄식을 자아낼 만큼 끝이 잘 보이지 않는 배추밭이 이어지고 있다.

광고 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이국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풍광인 풍력 발전기 아래 배추밭이 끝없이 이어져, 맑은 날 초록의 대지와 하얀 발전기가 어우러져 시원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영양의 배추 주산지 ‘석보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9 전국 봄배추 재배 면적은 2,265㏊이며, 경북 778㏊, 충북 434㏊, 강원 302㏊, 전남 211㏊, 전북 142㏊, 경남 135㏊, 충남 102㏊순으로 경북이 전국에서 제일 많이 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 재배면적은 전국 재배 면적의 1/3에 가까운 면적을 차지하여, 고랭지 배추의 주산지인 강원도와 비교하더라도 2배 이상 차이가 나 명실상부한 배추의 본거지라해도 이상하지 않다. 영양군에서는 183㏊ 면적에 190여 농가가 배추를 재배하고 있으며, 이는 경북 전체 경작면적의 약 20%가 넘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읍면 중에서도 석보면이 137㏊를 재배함으로써 영양군 배추재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석보면이 배추 재배에 적합한 기온과 토질 때문이라는 것이 영양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몫하는 석보면 봄배추

영양군 봄배추 출하는 보통 6월 중순에서 하순까지 이어지며, 출하 시기 동안의 석보면 재배 농가수입은 약 20억원(재배농가당 1천 5백만원)으로 재배면적에 따른 평당 수입으로 환산하면 5,200원~5,800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최근 배추 도매상인들의 수매 마지노선인 4,000원 선임을 감안할 때 올해 봄배추 재배 농가뿐만 아니라 상인들에게도 흥이 절로 나게 만든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올 초 배추 가격의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 농가의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1~2월 기상호전에 따라 단위당 생산량 증가와 함께 소비량이 둔화되며, 올해산 저장배추가 늘어남과 동시에 봄배추 재배면적이 전년대비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작황 호조로 생산량이 증가해 배추 가격의 약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았기 때문에 현 시세보다 높은 수매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석보면 배추 시세는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높은 시세 유지에는 전국 최고 수준의 봄배추 작황 실적과 함께 영양 특유의 높은 밤낮 기온 차와 잘 갖춰진 점적 및 스프링클러 설치 구비로 타 지역 배추와 비교 시 저장성(단단하고 꽉 참)과 품질(달고 아삭함)이 월등한 점에 수매 상인들로 부터 높은 점수를 얻는 이유이다.

■농가소득 보전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활력 듬뿍~

석보면 배추재배가 더욱 고무적인 것은 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배추 수확작업의 경우 작업반장 1명에 7~8명의 작업반원을 데리고 10여명 내외가 1팀을 이루며 전국의 배추밭을 다니며 수확작업을 진행한다.

작업반은 그룹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1개 작업반이 5톤 트럭 3대 분량을 책임지는데, 더운 날씨와 배추의 습도 유지를 위해 작업은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져 헤드랜턴에 의지해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흡사 반딧불이가 생각이 난다.

보통 석보면의 경우 10여개의 작업팀이 한 달여 기간을 면 소재지에 상주하면서 봄배추 수확작업을 펼침으로써 이 기간 동안 숙식을 통한 매출은 면 지역경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석보 배추, 지금보다 더 대우를 받으려면

영양 배추가 더 많은 소비자를 찾아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우선 배추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이미 강릉, 문경, 해남 등에서는 브랜드 네이밍을 통해 배추 자체에 대한 가치를 높여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에 판매를 함으로써 농가에 보다 많은 수입을 가져다주고 있다. 하지만 영양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들었다.

농특산물의 새로운 브랜드 제작이 진행 중에 있어 올 연말이 되어서야 새로운 브랜드를 가지고 판매에 나설 수 있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배추 재배 농가를 위한 행정적 지원의 아쉬움을 드러내는 농가들이 많아, 적어도 영양군에서는 이에 대한 군 차원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영양군에서 지원되는 보조는 1,000평당 약 100포(30% 정도)의 유기질 비료와 농약대가 전부다. 타 지역(강원도 등)에서는 이보다 많은 보조가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배추재배의 연작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퇴비 및 혹뿌리병 보조 지원사업이 확대 되어야 하며, 농가에서도 기존의 100포에서 200포 이상의 지원 확대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지역의 별미로 즐기는 ‘배추전’

배추는 주로 김치의 재료로 많이 쓰이지만 영양을 비롯한 경북 북부권에서는 배추전을 많이 먹기도 한다. 배추로도 전을 부치는 ‘배추전’이라고 하면 생소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경북 산골에서 자란 이들이면 입맛부터 다실 것이다.

배추에 밀가루 반죽을 묻혀 노릇노릇하게 부치는 배추전은 맑은 양념장을 곁들여 먹으며, 생배추를 그대로 쓰거나 한 두 시간 절여 부치기도 하는데, 두꺼운 줄기 부분을 칼등으로 두드려 부드럽게 해서 먹는다.

특히 전통적인 경상도식 배추전은 밀가루와 소금, 물만 넣어 반죽하는데 안동·영주·봉화·상주·예천 등 경북 북부지역의 전통음식으로, ‘배추적’, ‘배차적’이라고도 부른다. 담백한 맛이 일품인 배추전은 먹을 것이 귀하던 산간 내륙지역의 훌륭한 간식거리였으며, 이들 지역에서는 지금도 제사상에 배추전이 빠지지 않고 있는 음식으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

다양한 음식재료이면서 맛과 뛰어난 효능으로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국민채소 배추는 이제 영양군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농가 소득원으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 배추 재배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커진 만큼 보다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농가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노령화와 여성화로 인한 농촌 일손 부족의 어려운 현실에서도 배추 재배를 통해 높은 농가 수입을 보장하고, 지역 경제에도 파급효과가 큰 점을 감안해 군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농가를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하였다.

 

저작권자 © 서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