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의왕시 의왕테크노파크 산업단지.

(이원희 기자)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야심차게 출발한 경기도 의왕시 의왕테크노파크 산업단지가 땅 투기장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등기 전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왕테크노파크 산업단지는 2017년 분양 당시부터 인기가 높았다. 입지 조건이 탁월하고 주변 지역 공장용지보다 분양가가 낮아 5대1이 넘는 경쟁률의 필지가 있을 정도였다.

실제로 의왕테크노파트 산업단지는 수도권 최대 물류단지인 철도 컨테이너 기지가 근처에 있다. 또 영동고속도로 과천~봉담간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와 접해 있어 경부고속도로 및 서해안 고속도로와도 연결되어 전국 어디나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약 5분 거리에 서울 지하철 1호선 의왕역이 자리하고 있으며, 의왕시청도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교통·행정의 핵심 요지이다.

특히 의왕테크노파크 산업단지는 다른 산업단지와 달리 업종 제한이 거의 없다. 즉 지정된 업종만 입주가 가능한 포지티브 방식이 아니라 제한업종 이외에는 모든 업종이 제한 없이 입주가 가능한 네거티브 방식이다. 또 건축 면적의 50퍼센트는 임대용 건물로도 사용이 가능해 분양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이전 토지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땅을 헐값에 빼앗겼다며 원성의 소리가 높았으며 일부 토지주들은 아직도 분쟁 중이다

의왕 테크노파크 산업단지는 당초 의왕시 사업으로 의왕시에서 직접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는 민·관 합작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의왕시가 대주주이고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관리공단, 산업은행 등이 주주로 알려져 있다.

이 산업단지는 기업의 매출액 등을 점수로 매겨 등급을 정하는 가점제 입찰 방식으로 지난 2017년 3월에 분양했다. 또 분양받은 후 5년 이내에는 해당 토지를 매각할 수 없다는(해당 법인의 출자 총액 또는 그 발행 주식의 50퍼센트 이상 소유한 자가 변경되는 경우 포함) 규정을 정했다.

그러나 시행사는 분양 후 슬그머니 미등기 전매를 허용했다.

산업단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의왕시청 기업지원과의 승인을 받아 미등기 전매를 허용한 것”이라며 “여러 건의 토지가 미등기로 전매된 것은 사실이나 몇 건인지 정확히 알려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의왕시청 기업지원과 관계자는 “시행사에서 관계 법규에 따라 미등기 전매를 허용할 것이라고 해서 관계 법규가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말했을 뿐 관계 법규를 본 사실은 없다”며 “문의사항이 있으면 시행사로 문의하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관계 법령에 따랐을 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매를 받은 자가 다시 매각하고 그 분양권이 또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매돼도 횟수 제한이 없어 무방하다”고 말했다.

또한 “매매를 하면서 당사자들끼리 높은 웃돈을 붙여서 파는 경우에 투기 우려가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것까지 일일이 다 이야기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행사 관계자가 관계 법규 시행령이라며 보내 준 자료에는 조성 중인 택지에 대해 기술되어 있을 뿐 이번 경우처럼 분양 후 5년 이내에는 매각을 할 수 없도록 한 법규 조항은 아니었다.

분양 당시의 취지와는 달리 미등기 전매를 허용하기 위한 꼼수라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산업단지 인근 토지는 대부분 그린벨트로 이뤄져 있고, 의왕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신축과 월암 신도시 개발, 군포 산업단지 조성 완료, 고천 전철역 예정 등의 호재로 주변 지역 토지 가격이 많이 상승한 상태”라고 전하며 “필지당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 억 원까지 가격이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를 분양받은 한 분양자는 “토지 가격이 많이 올랐고 전매가 가능하다면 자신도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지금 의왕테크노파크 산업단지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준공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기간이 남았고, 준공 후에도 지적 정리를 하여 소유권을 이전하기까지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또한 일부러 소유권 이전 등기를 지연시키는 경우 소유권 이전까지는 몇 년의 시간은 벌 수 있는 셈이다.

일부 분양자들은 토지 사용승인을 받아 공사를 하는 곳도 있기는 하나 토목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공사를 하는 것이어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실제로 입주 기업인 D사는 의왕테크노파크 산업단지 시행사와 토목공사 분쟁으로 인해 건축설계 발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막 착공하여 공사 중인 S사는 토목공사가 완료되기 전 착공을 했더니 이것저것 공사를 자기들에게 미룬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따라서 산업단지의 조성 목적인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은 묘연한 채 자칫 공사 지연 등으로 인해 입주자들만 피해를 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주자들은 입주 지연으로 사업을 못한 채 엄청난 이자만 부담하는 사이에 투기꾼들만 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계 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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