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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달아 정상회담을 갖는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4개월여 만에 북미가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와중에 열리는 이번 다자외교전이 북핵 협상에 새로운 국면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미·중·러 정상들과 상황 공유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전략을 강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 펼쳐질 비핵화 외교전을 대비해 주말 동안 관저에서 머물면서 구상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 주가 긴박하게 돌아갈 것"이라며 출국 전까지 양자 회담을 하는 나라들에 대해 공부하고, 비핵화 의제에 대한 메시지를 정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27일부터 2박 3일간 일본 오사카를 방문하는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 러시아,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G20 정상회의 직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돼 있다.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미정 상태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3국과의 양자회담은 문 대통령에게 큰 의미가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4대국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전략을 시험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비핵화 문제를 놓고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도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의중 파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 뒤 대담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G20 이후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전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응답하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서 외교를 통해 메시지를 발신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던 북한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볼 수 있다.

나아가 G20 정상회의 개최 직전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 외교까지 선보였다. 김 위원장은 "인내심을 유지하려 한다"며 미국의 적극적인 호응을 에둘러 요청했다.

청와대는 이러한 남북미중의 정상외교 일정이 '하노이 노딜' 이후 중단됐던 북한 비핵화 논의가 재개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트랙들이 돌아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이 방북 일정을 마친 21일 고민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회담과 조만간 개최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 및 협상이 조기에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의중을 직접적으로 확인한 시진핑 주석과의 양자회담은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전략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이 북한을 방문하고 와야 한중 정상회담의 실효성이 더 높아진다"며 "방북 결과가 이번 주요 의제로 오를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주변국들과의 정상 외교로 '대화를 통한 해법'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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