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유엔 산하기관인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빗 비즐리 사무총장과 면담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박진우기자) 정부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국내산 쌀 5만t을 지원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9일 브리핑을 열어 "정부는 북한의 식량 상황을 고려하여 그간 세계식량계획(WFP)과 긴밀히 협의한 결과, 우선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정부는 금번 WFP를 통해 지원되는 식량이 북한 주민에게 최대한 신속히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북한에 대한 추가적 식량 지원 시기와 규모는 금번 지원 결과 등을 봐가며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유엔 WFP와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북한 식량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에서 생산된 곡물은 490만t으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식량 수입량(20만t)과 외부 원조 예정량(21만t)을 더해도 136만t가량이 부족해 약 1000만 명이 식량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WFP 측과 대북 식량지원 협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WFP 측의 요청에 따라 대북 식량지원에 관한 내부 검토를 진행한 끝에 전례와 시급성 등을 고려해 우선 5만t의 국내산 쌀을 공여하기로 결정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지원에 국내산 쌀이 제공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96년 처음으로 WFP를 경유했을 당시 정부는 혼합곡물 3409t을 공여했다. 이후에도 혼합곡물, 옥수수, 분유, 밀가루, 콩 등이 들어갔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한 것은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총 8차례다. 공여한 곡물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모두 1434억원 상당이다.

이번에 지원되는 국내산 쌀 5만t이 어떤 경로로 전달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상 운송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3국을 거쳐 북한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WFP에 공여할 국내산 쌀 5만t을 마련하는데 남북협력기금 식량지원 예산을 사용하게 되는 만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등 행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쌀을 지원할 경우 전용될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WFP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북측에 상주해 (북측과) 신뢰가 크고, 분배 이후 모니터링 부분이 많이 발전했다는 입장"이라며 "WFP와 긴밀하게 협의해 우려 사항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995년부터 필요할 경우 당국 차원의 식량지원도 해왔다. 마지막으로 당국 차원에서 식량을 지원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당시 정부는 국내산 쌀 5000t(40억원 상당)을 무상으로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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