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박진우 기자)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최종 후보로 지명되면서, 검찰 수뇌부에 초대형 인사태풍이 불어 닥칠지 주목된다. 사법연수원 23기인 윤 후보자보다 기수가 높은 현직 검사장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자는 자신보다 선배인 연수원 19~20기의 다른 3명을 제치고 전격 지명됐다. 현직인 문무일(58·18기) 검찰총장에서 5기수를 건너뛴 파격 인사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을 때도 파격으로 평가됐다.

검찰 관행대로라면 전국 고검장과 지검장 등에 포진해있는 19~22기 검사장들은 옷을 벗을 가능성이 있다. 기수 문화가 엄격한 검찰 내부에선 검찰총장 임명 시 기수가 역전되면 사의를 표하는 관행이 있다. 앞서 문무일 총장 당시 오세인(54·18기) 전 광주고검장과 박성재(56·17기) 전 서울고검장, 김희관(56·17기) 전 법무연수원장 등이 사퇴한 바 있다.

현재 검찰에 재직 중인 검사장급 이상 간부는 42명이며, 그 가운데 19~23기는 30여 명에 달한다.

19기 검사장으로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던 봉욱 대검 차장검사과 황철규(55) 부산고검장 등이 남아 있다. 20기 검사장에는 박정식(58) 서울고검장과 김호철(52) 대구고검장, 이금로(54) 수원고검장 등이 있다. 21, 22기 중에서는 박균택(53) 광주고검장과 한찬식(51) 서울동부지검장, 권익환(52) 서울남부지검장과 김영대(56) 서울북부지검장 등이 재직 중이다.

다만 관행과 달리 선배 검사장들이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검찰에 남아있는 19~22기 검사장이 무더기로 사직할 경우 검찰 주요 보직이 대거 공석이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장들이 옷을 벗는 건 검찰에게도,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라며 "남아서 주요 직책을 수행하는 새로운 문화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윤 후보자는 17일 "오늘 말씀드릴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차차 지켜봐 달라"고만 언급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수 파괴 인사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후보자가 2년여 만에 검찰 수장에 파격적으로 지명되면서, 현 정부가 임기 내에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과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차기 검찰총장의 핵심 과제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 검찰 개혁 관련 현안이 손꼽혀왔다. 해당 법안들은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에 지정돼있어 신임 총장이 취임한 후에 본격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또 최근 검찰이 현 수사권 조정안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조직을 추스르고 향후 검찰 개혁을 함께 추진할 인물이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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