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16일(한국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시상식에서 대회 MVP인 골든볼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시스

(이진화 기자) ‘막내형’ 이강인(18·발렌시아)이 월드스타로 발돋움했다. 이강인은 16일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대회 최우수선수(MVP)상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한국은 16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우치에서 벌어진 2019FIFA U-20 폴란드월드컵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1대3으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순간에 웃지 못했지만, 대회 MVP인 골든볼은 이강인의 몫이었다.

한국 선수가 FIFA 주관 남자 대회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것은 이강인이 처음이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에서 2골 4도움을 기록했다.

이강인은 결승전 전반 5분 페널티킥 기회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상대 골키퍼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침착하게 반대편으로 차 넣어 기선을 제압했다. 그리고 탁월한 개인기와 킥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이강인은 2001년생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연령 기준인 만 20세보다 두 살 어리다.

몸싸움에 필요한 피지컬과 경험, 경기를 읽는 눈 등에서 어린 선수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강인은 골든볼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이뤘다.

이강인은 두 살 많은 형들과 뛰면서도 팀의 중심으로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이끌었다. 자로 잰 듯 정 확한 패스와 위력적인 킥,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압박 탈출 등 모든 부분에서 세계적인 수준임을 입증했다.

이강인은 “골든볼은 제가 받은 게 아니라, 한 팀이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골든볼을 받은 건 저에게 잘해주고 경기장에서 하나가 돼 뛰어 준 형들 덕분”이라며 형들에 게 공을 돌렸다. 이강인은 또 “준우승을 했지만, 저희는 진짜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회를 돌아봤다.

U-20월드컵에서 18세 선수가 골 든볼을 수상한 것은 2005년 대회 에서 골든볼과 골든부트(득점왕)를 모두 받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32·아르헨티나) 이후 14년 만이다.

앞선 21명의 수상자 중 11명은 대회 출전 연령을 꽉 채운 20세였다. 최근 5차례 연속 20세 선수가 골든볼을 가져갔다. 19세로 골든볼을 수상한 사례도 7차례다.

이에 반해 18세 선수는 1987년 칠레대회 로베르트 프로시네츠키 (당시 유고슬라비아), 1991년 포르 투갈대회 에밀리오 페이세(포르투 갈), 2005년 메시 3명뿐이었다. 이강인이 네 번째 18세 골든볼 수상 자가 됐다.

이강인은 6세 때인 2007년 KBS 예능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 시즌 3’에 출연해 빼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될 성 부른 떡잎으로 평가받았다. 또래와 비교가 쉽지 않은 압도 적인 기량을 뽐냈다.

타고난 재능은 스페인에 진출하면서 만개했다. 10세 때인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 유스팀에 입단해 본격적으로 선진 축구를 배웠다. 지난해 10월 스페인 국왕컵에 출전해 한국인 최연소 유럽 1부 리그 출전 기록을 세웠고, 올해 발렌시아와 1군 정식계약을 맺으며 프리메라리가에 데뷔했다.

3월에는 역대 7번째 어린 나이 (18세20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 됐다. 쟁쟁한 선 배들 사이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A매치 데뷔는 다음으로 미뤘지만 선발 자체로 큰 화제가 됐다.

이강인은 그동안 유망주, 기대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대표팀의 확실한 한 축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제 이강인이 언제 성인 대표팀 에서 데뷔 무대를 가질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빠르면 9월에 시작하는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지역예선이 될 수 있다.

이강인은 손흥민(토트넘), 지난 11일 이란과의 A매치 데뷔전에서 ‘포스트 기성용’으로 부상한 백승호 (지로나)와 함께 대표팀의 든든한 기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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