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화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금리인하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총재는 이날 '창립 제69주년 기념사'를 통해 "최근 미·중 무역 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정책운용 전략을 수립해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안정적인·성장세가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운용해 나가겠다"며 "가계부채, 자본유출입 등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도 함께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그가 지금까지 금리인하 가능성에 명확히 선을 그어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아직 금리인하로 대응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거나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금리인하도 고려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이 다소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기조 변화 배경에는 침체된 한국 경제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내수 회복세가 미미한 가운데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수출 부진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국내 경제는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 부진이 완화되겠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고 "특정 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이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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