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이 12일(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임정식 기자) “개판인 한국 정치판 보다가 우리 선수들을 보니 진정 국민이 원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해내네요.”

“(이광연이) 마지막 헤딩골 막은 건 대한민국을 구한 거다. 이번 생에 나라를 한번 구했다.”

12일 오전 국내 각 포털을 장식한 댓글들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9폴란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사상 최초로 결승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네티즌들은 감격과 축하의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U-20 축구대표팀의 결승행 소식이 국민들에게 시원한 사이다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님 이 멤버 대통령령으로 군 면제 안 될까요?”, “당장 국대 감독으로 정 감독님 모셔라.”와 같은 민원(?)까지 제기하면서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승 시 선수들의 병역 의무를 면제해주자는 글도 올라왔다.

이는 최근 국내 정치, 경제 상황이 답답하게 전개되는 것과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정치권은 끊임없는 막말 논란과 추경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50일 가까지 지속되면서 피로감을 주고 있다, 또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마저 “한국경제의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소지가 있다.”고 토로할 만큼 한국경제는 악화일로에 있다.

이처럼 꽉 막힌 정치, 경제 상황과 달리 스포츠, 연예 분야에서는 잇달아 희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는 것이다.

LA 다저스의 류현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류현진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지난 3일 미국 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이달의 투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5월 한 달 동안 내셔널리그 투수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결과다. 류현진은 5월 6경기에 등판해 45⅔이닝을 던져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59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류현진이 ‘이달의 투수’ 상을 수상한 것은 2013년 데뷔 이후 처음이며, 한국선수로는 1998년 7월 박찬호에 이어 두 번째다.

류현진은 지난 11일 경기에서는 승리를 챙기지 못해 10승 선착에 실패했다. 하지만 MLB 닷컴은 "류현진이 올스타처럼 피칭을 했다"고 평가했고, CBS 스포츠는 "사이영상급 피칭을 이어갔다"고 호평을 쏟아냈다.

류현진은 12일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다승(9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1.36) 단독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토트넘의 손흥민.

‘손세이셔널’ 손흥민은 지난 2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 출전했다. 한국선수로는 박지성에 이어 8년 만에 챔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한 선수가 됐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리그와 컵 대회를 통틀어 20골 10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연예 분야에서도 사상 최초의 기록이 쏟아지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은 지난 달 25일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국내 감독이 세계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한국영화 100년 역사상 처음이다. 봉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상의 의미를 설명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기생충’은 흥행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기생충'은 우리나라 역대 5월 개봉작 가운데 최고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개봉 14일째인 12일 누적 관객 수 740만 명을 기록, 2011년 개봉한 ‘써니’의 736만2465명을 뛰어넘었다.

‘기생충’은 해외에서도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5일 프랑스에서 개봉해 25만9,737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동안 프랑스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가장 높은 첫 주 스코어이다. 이는 파리에서 같은 날 개봉한 ‘엑스맨: 다크 피닉스’에 이은 2위 기록이다.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1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하고 있다. /뉴시스

방탄소년단은 지난 1, 2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대형 공연을 펼쳐 전 세계 팬들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비틀즈, 지난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친숙해진 그룹 퀸 등 세계 최고의 톱 아티스트만이 오를 수 있는 ‘팝 공연의 성지’이다. 한국 가수가 웸블리 무대에 선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영국 BBC 방송은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웸블리 스타디움에 입성하며 새 역사를 만들었다. 방탄소년단은 웸블리 공연에서 세계 최대 팝 그룹임을 증명했다"고 극찬했다.

방탄소년단은 파리에서도 2차례 공연을 펼치며 유럽 투어를 마무리했다. 방탄소년단은 유럽 2개 도시 4회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23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는 저력을 발휘했다.

스포츠 연예 스타들의 맹활약에 대해 국민들은 환영 일색이다. 회사원 김종철 씨는 “U-20 대표팀의 결승 진출 뉴스를 검색하고 환호했다. 출근길에 자양강장제를 먹은 기분이다.”라고 기뻐했다. 주부 정해윤씨는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정치인과 달리 잇달아 기쁜 소식을 전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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