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제103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진화 기자) 바른미래당의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손학규 대표를 사수하려는 당권파와,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비당권파인 유승민계(바른정당계)·안철수계가 연일 서로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대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최근 모습은 당명과 달리 전혀 바르지 못하다. 욕설에 가까운 막말을 하거나 공식 회의석상에서 말꼬리 잡기에 여념이 없는 광경을 비공개도 아닌 공개회의 석상에서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과연 바미스럽다'며 혀를 차는 실정이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4·3 보궐선거 참패 이후 손학규 대표의 퇴진 문제가 불거진 다음부터 끊임없이 내홍에 시달려왔다. 책임을 지라는 쪽이나, 공동의 책임이니 당대표가 총대를 메고 나갈 일이 아니라는 반발까지 다양한 명목으로 집안싸움을 벌여왔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에는 패스트트랙 처리와 원내대표 경선을 거치며 갈등의 골이 깊이 패여 있어 봉합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나이 들면 정신 퇴락", "양아치" 발언 논란 등 서로를 향해 거친 말을 쏟아내며 갈수록 신경질적인 양상으로 발전하는 상황이다. 최근엔 혁신위원회 구성 문제와 윤리위원회 편향성 시비 등 정당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망라하며 갈등을 겪고 있다. 첩첩산중이 따로 없다.

이처럼 내분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장기화되는 형국임에도 각 계파가 제 길을 갈 가능성은 적다. 현 상황에서 의원들이 개별적 또는 집단으로 가출해 봐야 딱히 의탁할 곳이 없어 버티고 있다. 한마디로 "먼저 나가는 쪽이 손해"라는 것이다.

이들의 속내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정계개편 움직임에서 당 간판을 확보하고 있는 쪽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흔히 거론되는 시나리오인 한국당과의 보수대통합이든 민주평화당과의 제3지대론이든 탈당해서 개별 입당하는 것보다 당 대 당 통합 방식이 존재감을 과시하며 공천 지분 확보 등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선거가 채 1년도 안 남은 시점에서 이는 매우 절실한 문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나가려고 해도 나갈 만한 공간이 녹록치 않은 것"이라며 "지금 다른 당으로 간다고 해도 공천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당권을 쥐어야 당 대 당 통합에 나서거나 자신들 중심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례대표 문제도 '이혼 불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바른미래당은 28명의 소속 국회의원 중 비례대표가 절반에 가까운 13명이다. 비례대표는 개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고 '제명'이 되면 유지된다. 향후 상대 계파의 지역구 의원들이 탈당하더라도 비례대표는 남아야 하기 때문에 이들만으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비례대표 구성을 보면 안철수계 6명, 당권파 3명, 평화당에서 활동해 당원권을 정지당한 3명, 활동을 전면 중단한 1명 등이다. 민주평화당은 의석수 확대를 노리는 터라 당원권 정지 3명의 제명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요구하고 있지만, 바른미래당은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당의 자산 문제도 결별을 가로막는 이유다. 정치자금법상 당이 쪼개지면 최후에 남은 쪽이 자산을 가져가게 된다. 이상돈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남아서 버티면 자기가 갖기 때문에 서로 '니가 나가라' 싸우는 것"이라며 "들리는 말에 의하면 (바른미래당에) 몇 십억 원의 현금이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젯밥에만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국고보조금도 교섭단체 지위에 따라 차이가 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분기 지급한 국고보조금 현황을 보면 바른미래당(28석)은 24억6342만원이다. 민주평화당(14석)은 6억4142만원이었다. 의석수는 바른미래당이 2배 많은데, 교섭단체 여부에 따라 국고보조금은 4배 가까이 차이난다.

이런 여러 이유로 바른미래당 '한 지붕 세 가족'이 당장 갈라서기보다 골육상쟁의 내전을 벌이면서도 간판 유지에는 뜻을 같이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혁신위원회 구성 문제 역시 서로 가시돋힌 독설을 주고받고 있지만, 이혼의 결정타가 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혁신위 구성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는 만큼 인선과 권한을 놓고 접전을 벌이다 또 다른 사안이 돌출하면 다시금 헐뜯으며 내전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단, 그 시한은 내년 총선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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